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또 기업에 투자를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계 간담회에 참석한 대기업 총수와 경제단체장 등에게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향한 과감한 투자가 경제를 살리고 혁신 성장의 발판이 됐다”면서 “정부를 믿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 이전에 예정했던 설비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해 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자찬도 빼놓지 않았다. “고용 지표도 기대 이상으로 좋아졌고, 역대 최대의 신설법인과 벤처투자로 창업과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도 뚜렷해졌다”고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경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전날 방문한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상인들이 읍소하던 것을 벌써 잊었는가. 상인들은 “경기가 너무 안 좋다”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다. 홍삼 판매상은 70% 이상 매출이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경기의 실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사태 외에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등 반기업 정책의 영향도 크다. 전반적으로 내수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이번 사태까지 겹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에 발목이 잡혔다는 식이다. 위기의 본질을 가리는 전형적인 ‘남 탓’이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에 직접 타격을 입은 업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들이 바라는 것은 이런 일시적인 지원이 아니다. 기업에 부담을 주는 정책이나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150년 전 영국의 ‘붉은깃발법’까지 언급하며 규제 개혁을 당부했지만 악성 규제는 오히려 더 늘었다. 지난해 규제가 하루 3개꼴인 1003개나 새로 생겨났다는 분석도 있다. 오죽했으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해 경제입법을 요구하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눈물을 보였겠는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근로를 위한 입법 보완을 요청했다. 박 회장은 적극적 정책 발굴을 위한 공무원 면책 추진과 관련해 “(감사원의) 정책 감사를 폐지하는 수준까지 파격적으로 운영한다면 정책 개발·집행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했다. 기업 활동을 옥죄는 소극적 행정이나 과도한 규제를 없애달라는 주문이다. 정부가 기업에 투자하라고 요구하기 전에 이런 것부터 시행한다면 투자의 물꼬는 저절로 트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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