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1년 전보다 56만8000명 늘었다. 2014년 8월 이래 5년 5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제조업 취업자도 22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연령층별로는 40대를 제외하고 전 연령층에서 늘었다. 고용률(15∼64세)은 66.7%로 동월 기준으로 사상 최고였다.

반색하기엔 이르다. 취업 증가폭의 십중팔구는 고령층이었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50만7000명 늘어 1982년 7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통해 임시 노인일자리를 크게 늘린 덕분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반등 현상마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내수시장이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처럼 8개월간 유행할 경우 방한 외국인이 165만명 감소하고 일자리가 7만8100개 사라질 것으로 추산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코로나19 확산이 한국 경제성장의 새로운 하방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 내에선 위기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뒤 “작년 하반기부터 나타난 견조한 고용 회복 흐름이 강화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고용연장에 대해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했다. 지난해 9월 거론됐던 고용연장 문제를 총선을 앞두고 다시 끄집어낸 것이다. 당시 범부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는 근로자 정년을 65세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2022년부터 추진하기로 이미 방침을 정했다.

고용연장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젊은 층의 노인 부양 부담이 늘어나는 등 고령화 문제가 국가적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 비춰 당위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모든 정책은 때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기업 활동이 움츠러든 지금은 거론할 때가 아니다. 연공서열식(호봉제) 임금체계 개선 등 준비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고민도 없이 불쑥 끄집어내니 노인 표심을 겨냥한 총선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게 아닌가.

문 대통령은 일전에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기업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게 먼저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정책을 쏟아내면서 좋은 일자리가 늘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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