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이 넘는 투자자 피해를 낳은 라임 펀드 사태는 도덕적 해이가 낳은 재앙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를 둘러싸고 금융사기 행각이 시도 때도 없이 벌어졌다고 한다. 펀드 수익률 조작은 다반사였다. 라임의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가 투자한 미국 헤지펀드 IIG펀드가 가짜 채권을 만든 것이 미 당국에 적발됐음에도 이 사실을 숨긴 채 매월 수익을 내는 것처럼 꾸몄다. 신한금융투자 등 금융회사들도 결탁해 부실을 은폐하고 펀드를 계속 팔았다. 고객이 손해 보든 말든, ‘임직원 전용펀드’까지 만들어 자신들의 호주머니만 챙겼다고 한다. 그 수익액만 수백억원에 달한다. 금융사기가 따로 없다.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지난해 10월 환매를 중단한 라임 펀드는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이 중 67%인 1조원 정도가 손실처리된다고 한다. 원금 한푼 건지지 못하는 ‘깡통 펀드’도 5000억원에 가깝다. 라임의 무역금융펀드는 2400억원대의 투자금을 모두 날릴 판이다. 돈을 맡긴 수많은 고객은 빈털터리로 변하게 생겼다. 투자자들의 소송은 줄을 잇는다.

더 황당한 것은 금융당국이다. 금융사기가 버젓이 저질러졌지만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자본시장의 파수꾼’ 노릇을 제대로 했다는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8~10월 금감원 검사에서 위법 행위가 반복적으로 적발됐는데도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 등이 문제의 펀드를 버젓이 팔았다는 것은 당국이 손놓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라임 펀드 의혹이 제기된 것은 지난해 7월이지만 지금에야 그 내역을 공개한 것도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뒤늦게 사모펀드 제도를 개선해 위법·부당 행위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정작 부실 감독에 대해서는 반성 한마디 없다. 오히려 “사모펀드 시장에서 ‘일부 부작용’이 노출됐다”며 사태를 축소하기에 급급하다.

도덕적 해이가 금융회사에 만연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금융시장의 불법·편법 행위에 대한 감시·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함부로 펀드 투자하면 패가망신한다”는 말이 나돈다. 펀드가 금융사기로 물든 나라에서는 금융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뿌리 뽑고 싶다면 금융당국부터 뼈를 깎는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그래야 더 투명한 금융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