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들어 19번째 부동산대책이 나왔다. 조정대상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기존에는 60%가 적용됐지만 앞으로 9억원 이하분은 50%, 9억원 초과분은 30%로 낮아진다. 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권 전매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1주택 소유자의 주택담보대출 요건도 대폭 강화된다. 경기 수원 영통·권선·장안구, 안양 만안구, 의왕시 등 5곳이 새로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됐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가 합동으로 내놓은 2·20 부동산대책 내용이다.

부동산대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정부가 ‘핀셋 규제’라고 자찬하지만 병이 도진 후에 핀셋을 들고 뛰어봐야 소용이 없다. 집값이 오르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수원 영통구와 권선구의 경우 지난주 아파트값이 1주 만에 2% 넘게 폭등했다. 무슨 수로 오른 집값을 끌어내릴 건가. 이번 대책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어제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된 곳은 당초 정부 규제 대상에 들어 있었으나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는 바람에 결정이 미뤄졌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당 텃밭인 이 지역의 표심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치가 경제를 끌고 간 꼴이다.

정부 정책은 신뢰가 중요하다. 정치공학에 따라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국민의 불신이 커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집값 상승세가 규제에 포함되지 않은 인접지역으로 확산되는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지난번 12·16 대책의 풍선효과는 이미 경기 광명, 화성, 평택, 구리 등 수도권 전역으로 번진 상태다. 정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 즉시 규제에 나서 집값을 잡겠다고 큰소리치지만 정부의 공언(空言)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집값은 시장원리를 무시한 규제 위주의 대책으로는 잡을 수 없다. 주택 실수요가 몰리는 인기 지역의 공급 확대를 포함한 정공법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 문제가 터진 후에 뒤따라가는 두더지 잡기식 땜질처방에서 벗어나야 가능한 일이다. 부동산을 넘어선 거시적 안목도 요구된다. 최근의 부동산 가격 급등은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시중자금이 기업투자 쪽으로 흘러들도록 규제 개혁 등 친기업 정책을 병행해야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무엇보다 정치적 고려 없이 출구가 열릴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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