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한풀 꺾이자 정부의 자화자찬이 다시 꼬리를 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신규 확진자 수를 더 줄이고 안정 단계에 들어간다면 한국은 코로나19 방역의 모범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끊임없이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고 증폭시키는 행동들이 일각에서 있었다”며 남 탓까지 했다. 앞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우리나라의 대응이 다른 나라의 모범사례이자 세계적인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희망을 주려는 뜻은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지만 경솔하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망자가 50명을 넘어서고 인구 대비 감염환자 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정부의 인식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동분서주하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였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다.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고 해외에서도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탈리아의 감염자와 사망자가 각각 우리나라를 넘어선 데 이어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등에서도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중동지역도 이란을 필두로 감염환자가 급증해 7000명에 육박했다. 미국 역시 33개 주에서 확진자가 70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판이다.

문제는 외국발 코로나19 유입이 국내 확산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를 다녀온 20대 남성이 그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신천지발 슈퍼 전파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유입된 감염원을 제때 막지 못해 벌어진 재앙이 아닌가. 제2, 제3의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가 재발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방심은 금물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최근 세계적인 상황을 평가할 때 국내에서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고, 국외로부터의 추가 유입을 억제하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시급한 것은 추가 집단감염과 지역확산을 막는 일이다. 해외방역 차원에서는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 등에 한정된 특별입국절차를 고위험국들로 확대하고 국제 방역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에 적용 중인 입국제한 조치도 감염상황에 맞춰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바란다. 방역의 제1원칙은 감염원 차단이다. 정부는 미온적 대응과 뒷북 대책으로 화를 키우는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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