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안 증액에 착수했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추경의 증액과 지원사업의 신설 또는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추경 증액을 공식화했다. 산업 전반으로 확산된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기존 추경안 11조7000억원보다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돼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번지는 만큼 추경을 증액할 필요성은 있다.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실물경제 위축이 심화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각국의 대규모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전대미문의 사태로 산업계 피해가 전방위로 발생하고 있다”며 ‘추경 40조원대 확대’를 제안했다.

하지만 증액보다 중요한 것은 소기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치밀하게 예산을 짜는 일이다. 이번 추경안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등에 지급하는 지역사랑상품권 등 소비쿠폰 예산 2조원이 들어 있다. 그런데 가장 피해가 큰 대구지역에서는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지 않아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를 추궁하자 정부는 “면밀히 살피지 못했다”며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국민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마스크 확보 예산도 고작 70억원만 반영돼 있다. 경제 실상과 코로나19 피해 실태를 도외시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정부가 내놓은 금융지원책도 마찬가지다. 정책 금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를 동원해 7조원 이상의 금융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소상공인들에겐 ‘그림의 떡’이나 진배없다.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을 지원받으려면 대출 심사에만 두 달이 걸린다고 한다. 한시가 급한 소상공인들로선 억장이 무너질 판이다. 이러니 소상공인연합회 설문조사에서 소상공인들의 54.1%가 정부의 지원 정책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게 아닌가.

정부 지원책이 현실과 괴리되면 효과를 얻지 못한 채 혈세만 낭비하게 될 것이다. 감사원은 작년 추경이 준비 부족으로 인해 실제 집행률이 78.1%로 추산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예산 편성·심의 과정에서 피해 업종·지역에 맞게 용도와 용처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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