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0.75%로 0.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0%대 기준금리가 현실화한 것이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연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2년 만이다. 그간 금융안정에 초점을 맞췄던 한은이 금리 인하로 선회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실물경제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금리 인하 직후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됐다”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이다. 국회가 심의 중인 추가경정예산안과 함께 금리 인하가 단행됨에 따라 경기 진작을 위한 재정·통화의 정책 조합이 가능하게 됐다.

한은의 결정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어제 새벽 기준금리를 연 0.00∼0.25%로 1%포인트 인하한 게 기폭제로 작용했다. 미국이 2015년 12월 이전의 제로금리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연준은 국채 매입 등을 통해 7000억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 조치도 내놨다. 연준은 지난 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린 바 있다. 한 달에 두 번이나 금리를 인하한 것은 코로나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한은의 이번 조치에도 금융시장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00원대를 훌쩍 넘어 고공행진 중이다. 향후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금융시장 혼란이 더 커질 개연성이 짙다.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6개 중앙은행이 기존 달러 스와프 금리 인하 등을 통해 달러 유동성 확보에 나선 이유다.

우리 경제는 대외 수출의존도가 높아 외부 충격에 취약한 만큼 만반의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현재 400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2010년에 중단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하루빨리 복원해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3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가 위기 극복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일본과도 소모적 갈등을 접고 통화스와프 협상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통화스와프 체결은 많을수록 좋다. 초유의 금융 쓰나미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국제공조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은 타이밍이 늦은 데다 눈에 띄는 양적완화 조치도 없다. 향후 과감한 양적완화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지금은 이중삼중의 ‘금융 방역망’을 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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