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이 바이러스 공포에 감염됐다. 미국 증시가 널뛰기를 할 정도로 불안하다. 18일 반등했지만 하루 전엔 미 증시 최악의 날로 기록된 1987년 10월19일 ‘블랙먼데이’ 이후 33년 만에 최대 하락이다.

세계 증시 추락은 각국의 금리인하·양적완화 대책이 코로나19 충격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바이러스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금융시장 공포가 실물경제를 얼어붙게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실물경제 침체는 이미 시작됐다. 중국의 1~2월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13.5%나 감소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3%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평소 운영되던 경제관계장관회의 성격을 정부 위기관리대책회의로 전환했다. 19일부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25% 확대하는 등 긴급대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국무회의에서 “지금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양상이 더욱 심각하다”면서 자신이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를 가동해 직접 경제대책을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다. 실효성이 있는 방안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쓸 수 있는 모든 자원과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경제 중대본’이란 말까지 동원해 특단의 조치들을 주문한 것은 올바른 현실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병증은 말이나 진단만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정확한 처방전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려면 통화와 재정의 단순 정책조합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2차 추경이나 재난기본소득 같은 돈 풀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은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이 충분히 입증하고 있지 않은가. 비상 국면을 타개하려면 기업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근본 방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업을 옥죄는 주 52시간제 등 각종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대통령 말대로 지금은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다. 정부와 여당이 총선 표심만 염두에 두고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정책이나 공약을 쏟아낸다면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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