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각국이 앞 다퉈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30일 동안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다. EU 회원국 가운데 아일랜드를 제외한 26개국과 솅겐조약에 가입한 4개 비회원국 등 모두 30개국에 적용된다. 중남미 페루와 칠레,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은 국경 봉쇄에 나섰다. 필리핀은 수도 마닐라를 포함한 북부 루손섬 전역을 봉쇄했다. 세계적으로 감염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문을 걸어 잠그는 나라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 있는 우리 교민과 여행객의 안전 문제가 발등의 불이다. 최근 이란 교민 등 80명이 전세기로 귀국한 건 다행이지만, 각국에서 우리 국민이 고립되는 경우가 잇따르는 상황이어서 걱정이다. 페루가 내·외국인의 출국을 금지하고 자국 내 모든 사람에게 15일간 격리조치를 취하면서 한국인 관광객 150여명의 발이 묶였다. 코로나19의 유럽 내 진원지가 된 이탈리아와 페루, 에콰도르 등의 교민들은 자체적으로 귀국하기 위해 임시 항공편을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필리핀 정부가 루손섬 봉쇄 후 한시적으로 외국인 출입국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전격 철회했지만 현지 교민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루손섬에 체류 중인 교민 5만~6만명 가운데 상당수가 귀국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이카(KOICA)도 42개 개발도상국에 파견된 1400여명의 봉사단원과 동반 가족을 전원 일시 귀국시키기로 했다.

정부의 신속하고 면밀한 대응이 중요하다. 각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 교민과 여행객들의 현황과 소재지 등을 파악하고 이들을 보호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영사 업무 지원을 최대한 확대해 불편을 덜어주는 건 기본이다. 항공편이 끊겨 귀국하고 싶어도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재외국민을 돕는 일도 시급하다. 전세기를 이용해 귀국하고자 하는 교민들에게는 외교부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코리아 포비아(한국 기피증)’의 확산으로 우리 국민이 해외 곳곳에서 기습적인 입국 거부와 공항 억류, 강제 격리 등 온갖 험한 꼴을 당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그런데도 외교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엄중히 인식하고 빈틈없이 대처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보장하는 게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외교 당국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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