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마무리에 접어든 여야의 공천작업은 개탄스럽다. 꼼수와 반칙이 난무한 비례대표 공천은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당을 절대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해놓고 더불어시민당(더시민)이라는 위성정당을 급조했다. ‘참여’ 형식을 취했지만, 민주당 인사들이 후보 검증팀을 돕는 등 민주당의 위성정당임이 분명히 드러났다. 더시민에서는 공천심사 등이 졸속으로 진행돼 최소한의 검증도 거치지 않은 인사가 의원 배지를 달지도 모른다. 더시민에 참여한 일부 소수정당이 공천배제에 반발하는 등 내부에서 파열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애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을 만들 때부터 예고된 결과다.

민주당의 형제정당임을 자임하는 열린민주당에서는 가짜 인턴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비례후보에 나서면서 각각 ‘검찰 개혁’ ‘언론 개혁’을 외치고 있다. 비례후보인 민변 출신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작년 조국 사태는 검찰의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적반하장의 몰염치한 처신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미래통합당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서는 대표와 공천관리위원장을 모두 친황교안 인사로 교체하고 공천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앞서 비례후보 명단을 발표했지만 통합당이 반대해 양측이 원색적인 비난전을 전개하기도 했다. 여야 모두 비례의석 몇 석을 더 얻기 위해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후안무치한 행태를 일삼은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공천의 명분이나 과정이야 어떻든, 아무나 꽂아도 지지자들이 따지지 않고 찍어줄 것이란 거대 양당의 오만함이 깔려 있다. 21대 국회가 출범하면 난장판 비례대표 공천의 시발점인 선거법부터 손봐야 한다.

지역구 공천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당초 표방했던 인적 쇄신은 오간 데 없고, 기득권 지키기와 내 편 챙기기에만 급급했다. 민주당은 현역의원 130명 중 37명(28.5%)을 교체하는 데 그쳤다. 또 20, 30대 청년 후보 공천은 전체의 2.3%에 불과한 반면, 586그룹으로 통하는 50대는 60%가 넘는다. 통합당은 현역 교체율이 43%에 이르지만, 빈자리의 상당 부분을 전직 의원들이 차지했다. 이런 한심한 선거판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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