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 ‘박사방’의 여성 성착취 사건과 관련해 운영자 조모씨의 얼굴과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역대 최다 인원 동의다. “대화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밝혀달라”는 청원 역시 동의자가 150여만명에 달한다. 국민들의 공분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경찰은 ‘박사방’ 운영자인 조모씨 등 5명을 구속했다. 피해 여성 74명 가운데 16명이 중학생 등 미성년자였다. 조씨 등은 관공서 전산망을 통해 피해자 신상 정보를 확보하고 협박해 음란 영상을 촬영하는 수법을 썼다. 피해자들은 ‘노예’라고 불리며 성착취물 촬영을 강요당했다. 돈벌이에 혈안이 된 조씨 등의 반(反)인륜적 범죄에 할 말을 잃는다. 조씨 등은 영상을 3단계 유료 대화방에 유포했는데 단계가 높을수록 입장료가 많아지고 노출 수위와 가학성이 더 커졌다고 한다. .

조씨의 신상 공개 여부는 오늘 경찰의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다. 피의자의 신상정보는 잔인한 범행 수법이나 중대한 피해 발생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공개할 수 있다. ‘박사방’ 사건은 이들 조건을 충족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미성년자와 여성이 성착취의 마수에 빠지는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씨의 신상은 공개돼야 마땅하다. 조씨의 신상 정보가 공개되면 성범죄 피의자 중 첫 사례가 된다.

대화방에 가입해 동영상을 보고 유포한 사람들은 단순한 방관자가 아니다. 집단 성폭력의 공범으로 볼 수 있다. 호기심에 따른 일탈 행위라고 관용을 베풀 일이 아니다. 이들의 신상 공개와 처벌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불법 영상물의 수요를 막지 않는 한 완전한 공급 차단은 기대하기 어렵다.

‘박사방’의 시발점으로 알려진 텔레그램 ‘n번방’도 좌시해선 안 된다. n번방 60개의 가입자는 모두 26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가해자들의 행위는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라며 “운영자뿐 아니라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은 철저히 조사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 관련법도 손봐야 한다. 솜방망이 처벌과 무른 법은 디지털 성범죄 확산의 온상이 아닐 수 없다.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선 양형 기준도 일반 성폭력 수준으로 강화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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