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 가구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월 소득 712만원 이하인 1400만 가구가 대상이다. 9조1000억원의 자금이 소요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7조1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저소득층과 소상공인 등에는 4대 보험료와 전기요금의 납부를 유예·감면해 주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충격은 크다. 공장 가동은 멈추고, 폐업이 이어지고,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어려운 계층을 도와야 한다. 하지만 빚을 내 지원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방안은 주로 여당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제 당정청 회의에서 기획재정부는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가구당 100만원을 차등 지급할 것을 주장했다. 막대한 재정 살포가 ‘나라경제를 지킬’ 재정건전성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가채무비율은 1차 추경을 위한 10조원대의 적자국채를 발행한 결과 마지노선인 40%선을 크게 넘어섰다. 2차 추경의 재원을 세출 구조조정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이지만, 그것으로 모자라면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메꿀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아도 코로나 충격에 따른 세수 부족으로 인해 나랏빚은 늘고, 국가채무 비율이 상승하는 사태를 피하기 힘들다. 코로나 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정 기반을 허무는 적자국채 발행은 더 큰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 능력을 잃게 한다.

그런 점에서 가구소득 월 600만∼700만원의 중산층 가구에까지 긴급재난지원금을 뿌려야 하는지는 극히 의문스럽다. 문 대통령은 “재정 여력을 최대한 비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런 생각이라면 지원을 저소득층에 한정하는 것이 옳다. 이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현금 살포’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광역·기초 지자체들은 이미 너도나도 현금 살포에 나섰다. 대부분 빚을 낸 현금 살포다. 이런 식으로 재정을 빚더미에 올려놓아도 되는가.

정부는 효과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빚을 내 현금을 살포하겠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문 대통령은 “정부 예산의 세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사상 최대 규모인 올해 예산 519조원 중 불요불급한 예산을 코로나 예산으로 대거 전용, 재정 투입의 효율을 제고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나랏빚은 위기 대응 능력을 약화시키고, 젊은 세대와 미래 세대가 부담을 모두 떠안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