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2일부터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국가 위기 속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난국 타개를 위한 정책공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여야 할 것 없이 돈풀기 경쟁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명목은 ‘코로나 극복’이지만 사실상 매표성 현금 살포다. 그러잖아도 코로나 위기로 인해 다른 분야 공약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다. 여기에 급조된 비례 위성정당이 속출하면서 졸속·날림 공약이 쏟아져 선거판이 더 어지러워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이후 3차 추경 편성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달 17일 11조7000억원 규모의 1차 코로나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2주도 지나지 않아 정부·여당은 긴급재난지원금의 신속한 집행을 위해 7조1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 추경안이 제출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3차 추경 얘기를 꺼낸 것이다. 어이없기는 미래통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당은 “표를 구걸하는 행위”라며 추경 편성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예산 용도변경 100조원, 긴급 금융지원 100조원, 국민채권 발행 40조원 등 총 240조원 규모의 패키지 지원책을 내놨다.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더시민)은 그제 ‘전 국민 매달 60만원 기본소득 지급’ 등의 공약을 중앙선관위에 제출했다가 비난이 쏟아지자 철회했다. 5000만 국민에게 60만원씩 주려면 매달 30조원, 연간 국가예산(512조원)의 70%인 360조원이 필요하다. 더시민은 ‘매년 시가총액 1% 환수’ 등의 황당한 공약도 제시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어제는 민주당 것을 거의 베끼다시피 한 10대 공약을 발표해 또다시 빈축을 샀다. 논란이 되자 더시민은 어제 오후 또 다시 공약을 전면 수정했다.

선거법의 허점을 악용한 꼼수도 난무한다. 중앙선관위는 모(母)정당과 위성정당이 공동으로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거대 양당은 각자의 위성정당과 ‘공동 마케팅’에 돌입했다. 민주당과 더시민은 중앙선대위 연석회의를 열었고, 통합당도 한국당과 정책연대 협약식을 갖는 등 사실상 ‘한 몸’임을 분명히 했다. 선관위의 느슨한 법 적용을 틈타 선거법을 무용지물로 만든 셈이다. 선관위는 법의 잣대를 엄격히 적용해 최소한의 불법 소지가 있어도 즉각 고발 조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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