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철영 목사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사무총장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2일부터 외부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국내외 언론들이 사망설까지 제기하면서 연일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유고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남북이 통일될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때마다 나는 고건 전 국무총리를 떠올리게 된다.

2005년 7월 15일 저녁, 서울 종로구 부암동 중국음식점 하림각 2층 별실에서 3명의 지인과 함께 고건 전 국무총리를 만나 식사를 하면서 여러 대화를 나누는 중에 총리 재임 시 비사(秘事)를 들을 수 있었다,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된 후 고건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었다. 그런데 한 달 여 후인 4년 4월 22일 중국과의 접경지역인 평안북도 룡천군 룡천역에서 열차가 폭발한 사건이 발생했다.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은 김정일 위원장이 그 열차에 탔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 보고를 받고 밤새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했다.

“만일 김정일 위원장이 정말로 그 열차에 탑승해서 유고를 당했다면 중국이 즉각 개입해서 친중정권(親中政權)을 세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중국의 속국(屬國)이 될 것이고 남북통일은 요원해 질 것이다.”

그 열차 안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 전 총리의 비사를 들으면서 남북문제는 고차원 방정식을 푸는 것 이상으로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북한에 급변사태가 나면 곧바로 북한 정권이 붕괴될 것이고 그러면 남북 통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한 생각이라는 것이다.

고 전 총리로부터 들었던 인상적이었던 내용 중 하나는 대한민국이 동북아 중심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외세(外勢)를 이용(利用)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용미론’(用美論)을 꺼냈다.

당시는 2002년 6월 13일 여중생이었던 효순‧미선 양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사건이 발생하면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반미정서가 확산되던 때였다. 그 상황에서 고 전 총리는 반미(反美)냐 친미(親美)냐로 대립할 것이 아니라 미국을 활용하는 용미적(用美的) 사고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과 일본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지금 중국과 일본은 거대하게 움직이고 있고 이 세력은 더 강해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면서 “통일을 하려면 외부의 힘이 있어야 하는데, 영토적 욕심이 없는 미국만이 남북통일의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한미 우호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도 이야기했다. 통일 이후에도 우리나라 군사력으로는 중국과 일본을 견제할 수 없기에 아직은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 전 총리는 “균형 있는 자세와 평화적인 안정이 될 때까지 균형추로서 미국이 필요하며 이런 면에서 용미론적 사고로 접근하고 젊은이들이 미국에 대해 일방적인 적대감을 취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며 이를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남북의 용서와 화해 그리고 교류와 협력을 통한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이 남북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리고 주변 4대 강국이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통일을 지지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외교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의 최고 통치자가 바른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 민족 구원과 통일의 문을 열어주시도록 기도해야 한다. 남북통일은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주실 최대의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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