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진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미국 경기 회복에 “최소한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회복 과정이) 내년 말까지도 계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V자형’ 반등 전망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이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68.3%가 ‘U자형’보다 훨씬 회복이 더딘 ‘나이키형’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탓에 경기가 조기에 회복되리라는 기대가 줄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2차 대유행까지 거론되는 만큼 경기 침체의 충격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다각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옳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정책은 재정 살포 위주의 단기 처방에 쏠려 있다. 어려움에 처한 기업에 긴급 자금을 수혈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지만, 기업 스스로 불황을 헤쳐갈 수 있도록 하는 중장기 처방을 함께 단행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기업 활성화에 눈길을 돌린 점은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 해외공장을 국내로 유턴시키는 ‘리쇼어링’ 촉진을 위해 수도권 공장입지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이 그중 하나다. 수도권 규제는 서울·인천·경기지역의 경제력 집중과 인구 과밀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해묵은 규제가 기업과 일자리를 해외로 내몬다는 지적에 정부가 귀를 기울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를 기존의 안이한 시각으로 대처하려 해선 안 된다. 미·중 무역전쟁까지 재점화하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 더욱 그렇다. 장기 침체에 대비하는 최선의 방책은 경제의 핵심 주체인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그간 3년의 실험으로 폐해가 입증된 소득주도성장 정책부터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 투자와 일자리 확충에 도움되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다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과감한 노동·규제 개혁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노조도 자기 밥그릇만 보지 말고 외환위기 때처럼 거국적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구호가 요즘처럼 우리 경제에 절실히 다가온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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