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장 / 박덕은

 

장지의 사람들이

나무 밑에 그를 묻는다

 

자연친화적인 여관에

숙박계를 대신 적어내자

나무뿌리 끝방은

입실한 생전의 기억으로 만들어진다

 

죽음 예언하듯 청춘을 탕진했던

봄 무늬 생생한 벽지를 바르고

뜨거운 연애로 장판 깔고 기둥 세운다

 

미래에 가닿으려는 듯

그의 처소에 꽃을 올려놓는다

죽음만이 미래를 완성하기에

산다는 것은 언제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걷는 일

 

언젠가는 가뭇없이 흙의 몸 입고

이곳으로 오지만

오늘

입실 대기 중인 사람들은

울음으로 한계를 넘어간다

 

구석진 방에서 흙이불 덮고 누워 있을

그를 대신해서 숙박계에

유서 쓰듯 적는다

'참 따스한 사람'

 

출입문 열고나오니

가벼이 숨결 내려놓듯 낙엽은 지고

마음 다급한 바람이 곁을 맴돈다

 

이따금 비고란에 눈물체로 글을 쓰는

추억들이 다녀가면

썰렁했던 그의 방은 차츰 온기가 돈다.

▲ 박덕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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