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송 / 김현태

초록빛 물들어
열정 피운 꽃숭어리마냥
쪼개진 바위틈으로 뿌리 내려 
 
아슬아슬한 절벽 끝자락
모진 비바람 맞선 꿋꿋함
질곡 넘나들며 살아간다 
 
허공 속 창문 매달고
앙상한 우듬지에 세월의 흔적 말아
낮달에 우려낸 가슴 얼래 주고 
 
거센 바람 긁고 가는
하늘 끝 속울음
산골짜기 휘감아 울려 퍼진다 
 
솔잎 사이로 비스듬히 기운 햇살
솔방울 뒷덜미 틀어잡아 흐르다
토닥거리고 
 
가파른 여정에
아름드리 솔향기 토해내며
하얀 운무 허리띠로 두르고 있다. 

▲ 김현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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