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석 숫자의 힘만 믿어선 안 될 여당

새한일보l승인202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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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한명숙 전 총리는 강압 수사와 사법 농단의 피해자”라며 “검찰과 법원이 명예를 걸고 스스로 진실을 밝히는 일에 즉시 착수하기 바란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어제와 오늘의 검찰이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 할 책무가 있다”고 동조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한신건영 대표였던 한만호씨로부터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2년형이 선고됐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여권은 한씨가 감옥에서 쓴 비망록을 한 전 총리 혐의가 조작됐다는 근거로 든다. 비망록에는 “검찰의 회유·협박에 의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허위 진술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비망록은 이미 1~3심에 증거로 제출돼 사실무근으로 결론이 났다. 한씨는 “돈을 주지 않았다”고 위증한 혐의로 기소돼 실형 선고까지 받았다.

확실한 물증도 없이 막연한 의혹으로 수사와 재판이 잘못됐다고 몰아가는 건 법치 파괴 행위다. 억울하면 한 전 총리 본인이 증거를 갖춰 정식으로 재심을 신청하면 될 일이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도 “의혹 제기만으로 과거 재판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비치면 사법 불신의 큰 요인이 된다”고 우려했다.

법치주의를 수호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여당 의원처럼 처신한 것도 볼썽사납다. 오죽하면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이 “의혹 제기에 맞서지 않고 맞장구를 치는 추 장관은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겠나. 법조계에선 재심 사유가 될 수 없는 사건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법원이 믿기 어렵다고 비망록을 제척한 만큼 무죄를 입증할 새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의 말과 달리 여러 정황들은 한 전 총리가 유죄임을 가리킨다. 한씨의 돈 1억원이 한 전 총리 동생의 전세금으로 사용됐고, “돈가방은 한 전 총리에게 갈 돈이라고 들었다”는 한씨 측 경리 직원의 일관된 진술도 있다.

‘친노 대모’로 꼽히는 한 전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라고 한다. 한 전 총리 구명운동 배경에 부당한 수사와 재판 피해자라는 걸 부각시켜 특별사면의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이 177석이라는 숫자의 힘만 믿고 뇌물 사범을 무리하게 양심수로 만들려고 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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