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리 / 박용환

 

갈닢 우짖는 석양지는 능선

 

하얀 입김 같은 찬바람 불어

만추에 잘 익은 가을 하나

물수제비 지나간 파문처럼

떠밀려 떠나고 있다

또 다른 화려함을

꿈꾸며 떠나고 있다

정녕

바람처럼 머물지 못하는가

 

기억조차 거부하며

등 돌린 그대

감히

손 내밀어 붙잡지 못해

슬픔을 수없이

토악질해 되지만

이미 그대는 서슬 같은

타인이 되어 있다.

한낮 지나가는 소낙비였을까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날마다

야위어가는 내 안의 슬픈 독백

 

고개 들면

그리 멀지 않은 그리움

불현듯 찬바람에

소스라치던 이파리

조루의 사내처럼

느끼기도 전에

떨어져 버려

겨울로

겨울로

동화同化되어 스러진다

그리움과 마주친 시선

 

그리움은 간혹

지나간 시간 위에 놓인

아픔이었을까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었던

낯익은 향기였을까

하지만

떠나는 그대는

어제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 박용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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