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0.1%로 낮췄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최악의 성장률 추락을 공식화한 것이다. 취업자 증가는 ‘0’에 그치고, 수출은 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마저도 섣부른 낙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올해 성장률이 -0.2%로, 22년 만에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출 위기는 현실화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동기보다 23.7% 감소해 두 달 연속 20%대의 감소 사태를 맞았다. 이 같은 수출 감소는 우리 경제에 전방위 충격을 몰고올 것이 자명하다.

정부는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해 6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역대 최대인 30조원대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기로 했다. 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위기극복을 최우선으로 삼아 재정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에게 10조원 규모의 신용보증을 제공하고, 30조7000억원 규모의 채권안정펀드·증시안정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고용유지지원금 대상을 58만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향후 5년간 76조원을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2022년까지 55만개의 일자리도 만들기로 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의 역할은 중요하다. 하지만 ‘돈 살포’로만 위기를 이겨낼 수는 없다. 재정 살포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의 대응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 스스로 위기를 이겨내는 경쟁력을 갖도록 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소득의 증발 사태를 막는 일이다. 기업들은 반기업 규제와 고비용 구조에 경쟁력을 상실하고, 세계경기 둔화로 멍들어 생사의 고비에 서 있다.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이 현실화하면 큰 충격이 몰아닥칠 것이라고 한다. 4위 수출대상국인 홍콩으로 수출되는 물품의 90% 이상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만큼 초유의 수출 충격이 현실화한다는 것이다.

반기업·친노동 규제를 청산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통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3차 추경이 이루어지면 국가채무비율은 40%대 중반에 접근하게 된다. 재정의 위기 대응력도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성장을 중심으로 한 기존 정책의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지난 3년간 이어진 경제 추락이 계속될 것은 빤한 일이다. 정책 전환 없이 재정자금을 아무리 쏟아부어 봐야 나랏빚만 쌓일 뿐이다. 정부는 늦기 전에 규제혁파와 노동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위기를 이겨내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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