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6월 말에서 9월 이후로 연기하고, 초청 대상을 한국, 러시아, 호주, 인도로 확대하고 싶다고 30일 밝혔다. G7을 탈피한 새로운 선진국 클럽 ‘G11’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일시적으로 ‘G7+4’ 확대 정상회의를 열겠다는 뜻인지는 확실치 않다. 어떤 형태로든 한국이 정상회의에 참여하게 된다면 글로벌 위상을 높일 외교적 기회가 될 것이다.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초청을 희망한 국가들을 보면 그렇다.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G7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해 온 만큼 새로울 게 없다. 눈길이 가는 건 한국, 호주, 인도다. G7 국가인 일본과 함께 미국의 대중 포위망인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으로 꼽히는 국가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추가하길 바란다는 백악관 관계자의 전언을 감안하면 미국이 중국 압박 카드로 ‘G7 확대’를 구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 등을 둘러싼 미·중 간 신냉전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 ‘줄세우기’로 비쳐 우리 정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더욱이 한·미가 지난 29일 새벽 경북 성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의 노후 요격미사일 등 장비를 기습적으로 교체한 데 대해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중국의 이익을 해치지 말고 한·중 관계를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 “한국이 (중국과의) 공동 인식을 준수해 사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정부가 사전에 중국에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는데도 한국에 얼굴을 붉힌 것이다. 사드 장비 교체는 우리 안보를 위한 일인데 왜 중국에 미리 알려줘야 하는지, 중국의 오만한 태도에 정부는 왜 아무 말도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고 긍정 반응을 보였다. 브라질도 포함을 제의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사드 문제와 관련해선 “중국 측과 계속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했다. 한국에 대한 미·중의 압박이 구체화하는데도 어정쩡한 태도를 견지한 것이다. 이런 ‘전략적 모호성’으로는 미·중 모두에 외면당하고 국익도 지키지 못한다. 정부는 사안별로 합리적 원칙을 정하고 미·중의 무리한 요구에는 논리적이고 전략적으로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무시당하지 않고 주권국가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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