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민 기자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심각한 상황이다. 남한과 대화를 중단하고 대결국면으로 전환하겠다는 잘못된 판단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평화를 부르짖었던 노력이 이제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왜 북한은 남한을 가만히 두지 않는가? 결국 북한은 남한을 적대시하면서 동요하는 사회 내부를 조여보려는 의도로 초강수를 두었지만, 결과는 의도대로 흘러가기 힘들다.

북한의 김여정이 며칠 전 대북 전단을 문제 삼자 남한에서는 당·정·청이 다 나서 대북 전단 때려잡기에 혈안이다. 심지어 대북 전단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해괴한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왜 하필 김여정은 대북 전단부터 문제 삼았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 사회 내부가 동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내부에서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이자 북한 지도부에서 자신들의 체제를 비난하는 대북 전단부터 차단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북한 체제가 붕괴할 것이란 예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김일성 사망 때도, 소위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북한이 얼마 안 있어 무너질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이 유지될 수 있는 건 북한 체제를 지지하는 인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경제봉쇄를 하고, 압박을 넣어도 북한이란 나라가 존속되는 까닭은 단지 남한 좌파정권의 퍼주기 때문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그런데 상황이 변하고 있다. 북한 내부에 변화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장마당이 들어서고, 남한 문화가 유행하고, 지하교회가 퍼지고 있다. 북한 내부로 차단됐던 정보가 유입되면서 북한 주민들도 알 건 다 안다.

보수언론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가서 평양 능라도 경기장을 가득 채운 인민들을 상대로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남측 대통령’이란 칭호를 썼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평양 연설이 북한 주민들에게 퍼지면서 동요가 일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더욱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언동을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니까 북한 주민들이 남한에 가지고 있던 적대 감정이 한층 누그러든 것이다. 오히려 호감을 가지고 바라보기 있을지 모른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파탄이 나버린 대북정책을 고수하며 김정은 바라보기를 계속하느냐, 아니면 이제라도 한미일 삼각공조체제를 복원하여 북중러 합작을 저지하느냐. 분명히 남북관계는 자주적 평화적 민족대단결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설프게 북의 행패를 묵인하거나 봐주기로 일관할 경우 이 정권은 엄청난 대국민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김정은은 이번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남한 길들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 사회를 준전시체제로 몰아가면서 내부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이 모르는 게 하나 있다. 대한민국은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공화국이란 사실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지지하지 않는 대북정책은 폐기되고 만다. 북한이 그렇게 만만하게 보는 문재인 정권은 얼마 안 있어 임기가 끝날 것이다. 북한이 길게 보고 포석을 둔 지 모르겠지만 남북관계를 대결 구도로 몰고 갈 경우 결국 손해 보는 쪽은 북한이다. 김정은이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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