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원장 등 국회 6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한 데 반발해 사퇴 의사를 밝히고 칩거에 들어간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야당 역할을 영 안 할 수는 없다”며 이번 주 국회 복귀 의사를 밝혔다. 적절하고 의미 있는 결정이다. 이에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19일 여야에 원구성 합의를 촉구하며 예정됐던 본회의를 취소했다. 격앙된 통합당에게 더 이상의 자극을 삼가면서 협상 시간을 벌어준 현명한 선택이었다.

통합당은 국회 등원 의사를 밝히면서도 여당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주 원내대표는 “여당이 법사위원장직을 포기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버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박 의장의 야당 의원 상임위 강제 배정에 대한 사과 및 사임계 승인도 요구했다. 결국 법사위원장 선출을 철회하고 야당 몫으로 다시 넘기든지, 아니면 상임위원장을 모두 맡든지 양자택일하라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이번 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상임위 구성을 끝내고 다음 주에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통합당을 압박했다.

여야 모두 강수와 압박이 능사가 아니다. 거대 여당부터 야당을 포용하고 끌어안는 자세가 필요하다. 통합당을 설득해 지난번 제안한 대로 예결위원장, 국토교통위원장 등 7개 ‘노른자위’ 상임위원장을 배분해야 한다.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과 상임위 강제 배정에 대한 유감 표시 및 사임계 승인도 수용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이미 공약한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등 법사위 개혁의 구체적인 내용과 일정도 제시해야 한다. 통합당 역시 전향적인 자세로 국회 일정에 협조해야 한다. 현실성 없는 ‘법사위원장 선출 철회’를 고집하며 마냥 시간을 보내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지금 시급한 현안은 한둘이 아니다. 당장 급한 것은 35조3000억원 규모의 제3차 추경안을 이달 안에 심의·처리하는 일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의 75%를 7∼9월에 조기 집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만큼 분초를 다투는 사안이다. 중대 위기에 처한 남북관계도 국회의 초당적 지원을 기다리는 다급한 현안이다. 다른 상임위는 몰라도, 야당 몫 국회부의장과 정보위원장, 예결위원장만이라도 여야가 협의해 선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협치를 통해 민생·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챙기려면, 여당은 독주를 멈추고 야당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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