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해 통과시켰다. 노동조합법 개정안에는 실업자·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은 직급 기준 삭제로 가입 대상 범위를 확대했고,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퇴직교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해 법외노조인 전교조를 합법화하는 게 골자다. 이들 ‘노조 3법’ 추진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규정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이행하기 위한 절차다. 20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법안을 21대 국회에서 176석 거대여당의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노조법 개정안의 경우 근로자 단결권을 강화하는 취지라지만, 비재직자의 노조 가입은 노사관계의 근간을 흔들 위험성을 안고 있다. 해고자의 노조 가입은 노조 활동의 과격화를 불러올 수 있고, 사회활동가 등 기업과 무관한 사람들이 교섭권을 위임받아 임단협 테이블에서 나설 경우 ‘정치 파업’으로 번질 수도 있다.

앞서 정부는 ‘공정경제 3법’이라는 미명 아래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임, 전속고발권 제도 폐지 등을 골자로 한 반(反)기업 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21대 국회 원 구성도 되기 전에 반기업 법안이 쏟아지는 데 대해 재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코로나19 사태를 ‘전시 상황’으로 규정하고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이 무색할 정도다. 코로나19로 올해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이 예상되고 기업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상당수 기업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외에서 한국은 ‘파업하기 좋은 나라’ ‘해고하기 힘든 나라’로 인식된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노사 갈등의 근본 원인은 정부의 지나친 친노조 정책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위기 극복의 주체는 기업이다. 힘을 실어줘도 모자랄 판에 기업의 손발을 묶어서야 되겠는가. 해외로 나간 기업을 ‘기울어진 운동장’에 불러오겠다는 리쇼어링 정책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기초가 흔들리면 외부 충격에 쉽게 무너지기 마련이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기업 규제를 혁파하는 게 급선무다. 경영계가 최소한의 자구책으로 요구하는 ‘파업 시 전면적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등을 수용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정부 구호가 빈말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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