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발 코로나19 감염 비상이 걸렸다. 신규확진자 해외유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부산 감천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냉동화물선 선원 16명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았고 옆에 정박한 다른 러시아 선박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두 선박에서 하역작업·세관업무 등을 한 국내 인력이 176명에 이른다고 하니 걱정이다. 얼마 전 파키스탄·방글라데시 항공편에서 확진자가 쏟아진 데 이어 항만 방역망에도 큰 구멍이 뚫린 것이다.

러시아 냉동화물선 선장이 러시아 현지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고 선원 중에 유증상자도 있었지만 신고나 통보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역 당국도 승선 없이 전자검역만 했다. 무책임한 행태에 기가 찬다. 러시아는 확진자가 60만명에 육박하는 만큼 승선검역을 하는 게 옳다. 감천항에 정박 중인 선박 67척 중 33척이 러시아 선적이라니 등골에 식은땀이 난다. 방역수칙도 무용지물이었다. 러시아 선박에 탑승한 항만 노조원들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선원들과 함께 하역작업을 했다고 한다.

수도권과 대전의 집단감염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발 누적 확진자가 200명을 훌쩍 넘어섰고, 서울 성심데이케어센터 등 요양·복지시설에서도 감염자가 꼬리를 물고 있다. 대전에서는 방문판매업체발 감염자가 60명에 육박했고 사우나와 콜센터 등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울산에서는 101일 만에 감염자 2명이 발생했고 강원 철원, 충남 아산, 대구 등에서도 확진자가 잇따른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코로나19 상황은 여전히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고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 아닐 수 없다. 방역 당국조차 그제 수도권에서 2차 유행이 진행 중이고 비수도권도 확산 초기 단계라고 했다.

이제는 장기전에 대비해 방역·의료체계를 재정비해야 할 때다. 방역 당국은 집단감염의 고리를 끊기 위해 어제부터 방문판매업체·물류센터·대형학원·뷔페 등을 고위험시설에 추가했다. 또 신규 확진자와 ‘깜깜이’ 환자 비율 등을 기준 삼아 3단계 거리두기를 설정하고 단계별 방역지침을 국민에 제시한다고 한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을과 겨울철 대유행에 대비해 환자 치료용 병상을 충분히 확보하고 해외감염원을 차단하는 일이 중요하다. 감염자가 급증하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비자발급·항공편 운항 중단 등 한시적 입국제한 조치도 확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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