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암운(暗雲)이 짙다. 통계청이 내놓은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5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1.2% 줄었다. 5개월 연속 감소세다. 소매판매만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의 영향으로 4.6% 증가했다. 산업의 허리인 제조업의 추락은 특히 심각했다. 제조업 생산은 코로나19에 따른 수출 타격으로 6.9% 줄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63.6%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월 이후 가장 낮았고, 제조업 재고율은 128.6%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8월 이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제품이 팔리지 않아 공장에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공장 기계가 멈춰서는 미증유의 불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장기전에 대비하는 것이 옳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가는 소나기인 줄 알았는데 장마의 시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장기 대응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대응을 보면 딴판이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종전 -1.2%에서 -2.1%로 끌어내릴 당시 경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선진국 중 한국이 유일하게 내년 말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전망을 내놨다”고 반색했다. 정책뿐 아니라 경기 인식도 부실하다.

여당 단독으로 이틀 만에 끝낸 국회 상임위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도 마찬가지다. 35조3000억원의 슈퍼 추경안이 심의 과정에서 3조1000억원 증액됐지만 반대 토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운영위는 50여분 만에 일사천리로 회의를 마쳤고, 산자위가 2조3100억원을 증액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90분이었다. 일찍이 이런 날림·졸속 심의가 없었다.

추경안 내용을 뜯어보면 더 한심하다. 9조원이 드는 일자리 사업은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책 배달 등의 알바성 단기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오죽하면 국회 예산정책처가 국회 심의과정에서 사업설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의 경제를 ‘경제 전시 상황’에 비유했다. 맞는 말이긴 하나 실천이 없다. 경제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성장의 엔진인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여당 쪽에서 기업규제 법안을 쏟아내고, 민주노총은 내년 최저임금을 25.4% 인상하자고 한다. 기업 활동을 옥죄는 조치들을 남발하면서 대체 무엇으로 코로나 불황을 극복하겠다는 건가. 근본 조치를 외면하면 백번 추경을 해도 경제를 살리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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