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주택 소유자에게 ‘세금 폭탄’을 안기는 부동산대책이 나올 모양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6·17 부동산대책의 후속 입법을 빠르게 추진해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앞서 당·정·청은 그제 주택 소유자에게 재산세와 종부세를 중과하고, 양도소득세도 인상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취득세 세율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이번 대책은 지난달에 나온 6·17 대책보다 더 고약하다.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는 역주행과 조령모개식 대책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통상 보유세를 올리면 양도세는 내리는 게 상식이다. 양도세 완화는 다주택자에게 매각을 유도해 집값 안정을 꾀한다는 정부 정책 방향과도 일치한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집을 보유할 때뿐만 아니라 사고팔 때도 세금을 올리겠다고 한다.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라고 하면서 퇴로를 막는 격이다. 종부세 인상은 지난 4·15총선 당시 여당의 1주택자 세 부담 경감 약속을 스스로 뒤엎는 일이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철회도 마찬가지다. 2017년 8·2 대책에선 민간 전세공급 확대를 위해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해놓고 2년 만에 180도로 입장을 바꿨다. 이런 주먹구구식 대책이 없다.

정부가 그동안 21번이나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으나 매매·전세가를 부추기는 부작용만 키운 것은 오락가락 정책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6·17 대책의 후속 조치에 대해 물었더니 국민의 49.1%가 “효과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22번째 대책이 나오기도 전에 기대를 접었다는 얘기다. 국민이 불신하는 마당에 어떻게 정부 정책이 성공을 거둘 수 있겠나.

부동산대책이 성공하려면 환자를 수술하는 의사처럼 정확한 진단과 정교한 처방이 요구된다. 우선 주택 공급 확대 차원에서 집값 폭등 진원지인 서울 도심 등지의 용적률과 고도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도심 용적률은 일본 도쿄 2000%, 미국 뉴욕 1800%로 서울보다 훨씬 높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과도하게 풀린 돈의 물꼬를 터주는 대책도 필요하다. 4월 말 기준 광의통화량(M2)은 사상 처음 3000조원을 넘어섰다. 시중의 유동성이 창업·벤처기업 등 생산부문으로 흘러가도록 만드는 거시적 안목이 절실한 시점이다. 세금으로 무조건 때려잡겠다는 식의 반(反)시장 정책으로는 집값 안정은 백년하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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