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출이 급감한 업종이 있고, 투자가 위축되고, 글로벌 비즈니스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코로나19 위기를 스타트업의 새로운 기회로 만들고자 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 비대면 비즈니스의 부상으로 관련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고,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뉴딜’의 성공을 위해 스타트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사실 이렇게 스타트업들이 다시 주목을 받는 것은 코로나19로 새롭게 발생한 것이라기보다는 재확인에 가깝다. 세계적으로 디지털경제로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핵심역할을 맡아온 것이 스타트업이었다. 온·오프라인 연계(O2O), 모빌리티, 플랫폼경제 등의 영역에서 국내외 스타트업들이 혁신을 주도하고 ‘유니콘’, ‘데카콘’으로 성장하며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왔다. 또한 코로나19로 주목을 받은 스타트업들을 보면, 예약부터 체크아웃까지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작년에 이미 개발해 두었던 ‘야놀자’, 9년 전부터 화상 서비스에 집중해온 ‘줌(Zoom)’처럼 코로나19와 무관하게 해당 서비스를 키워온 기업들이 많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스타트업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디지털 기술로 무장했다는 것과 함께, 작고 빠르고 유연한 스타트업의 본질적 특성이 코로나19와 같은 급격한 환경변화에 잘 대처하면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스타트업 지원·육성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디지털 경제를 포스트 코로나 뉴딜의 핵심 가치로 표방하였고 디지털 인프라 구축,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등을 과제를 제시하였다.

반면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 기조와 상반되는 엇박자 정책도 눈에 띈다. 유독 국내에서만 규제가 심했던 CVC가 21대 국회에서 규제개선의 급물살을 타는가 싶더니, 공정위에서 자기자본 100%로 투자해야 한다는 등 현실성 없는 조건들을 들고 나왔다. 공정위는 또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겠다면서 대표적인 국내 유니콘 스타트업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고 나섰는데, 이 법이 제정된다면 세계 최초의 ‘플랫폼 규제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진정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길 원한다면, 정부도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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