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박원순 서울시장 장례 등으로 미뤄둔 국회 일정 협상을 재개했지만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미래통합당 김성원 원내부대표는 7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등에 관해 접점을 찾지 못했고 추후 협상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5월30일 임기가 시작된 21대 국회는 개원식도 열지 못하고 있다. 1987년 개헌 이후 최장 지각 국회 기록이다. 여당은 15일 개원식을 열어 대통령 연설을 진행하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요구하면서 개원식 없는 교섭단체 연설로 일정을 시작하자고 맞섰다.

임시국회가 열려도 곳곳이 지뢰밭이다.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후속법안 입법을 밀어붙일 태세다. 법정시한 내 공수처 출범은 물 건너갔지만 여당 몫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2명을 선정하면서 야당을 압박했다. 야당은 위헌심판 소송 결과를 지켜본 후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7·10 부동산 대책’ 관련 종부세법 개정안과 임대차 3법 등 후속법안을 서두르자는 여당에 맞서 야당은 부동산 규제 정상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북정책 기조를 놓고 첨예한 여야 대립이 예상되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 후보자 청문회를 열려면 공석인 정보위원장부터 선출해야 하지만 정보위 구성을 위한 야당 몫 국회부의장 선출도 늦어지고 있다. 앞서 통합당은 야당 몫 국회부의장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박 시장 조문·장례형식, 백선엽 장군 장지 논란으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국회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이다.

국회 정상화는 협상 대상이 돼선 안 된다. 공부가 싫다고 학생이 학교에 가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수처장이나 국회 정보위원장의 선출 등은 여야 합의 없인 풀 수 없는 사안이다. 거대 여당은 176석이라는 우위가 ‘입법독주’를 용인하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될 일이다. 힘으로 누르려는 오만함부터 버려야 한다. 야당을 설득하고 국민적 이해를 구해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여당의 책무다. 야당도 수적 열세를 이유로 민생을 볼모 삼아 대여투쟁만 고집하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여야 간 정책대결에선 일정 부분 충돌이 불가피하지만, 어렵사리 출범한 국회 안에서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것이 조속한 국회 정상화를 바라는 국민에 대한 도리다. 여야 간 대화와 협치로 풀지 못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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