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정건전성을 되새기게 한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국민에게 알리는 보고대회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튼튼한 고용·사회안전망을 토대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두 축으로 세워 선도국가로 나아가겠다”며 “한국판 뉴딜은 새로운 100년의 설계”라고 했다. 2025년까지 모두 160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190만개 이상을 창출한다는 야심 찬 구상이다. 정부는 지난달 초 하반기 경제운용 발표 때 한국판 뉴딜에 76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불과 40여일 만에 80조원 이상 불어난 것이다. 2022년까지 일자리 창출 목표도 종전 55만개에서 89만개로 상향 조정됐다. 날로 쪼들리는 나라 살림에 가능한 일인지, 정부가 재정 중독에 빠진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보고대회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관련 사업계획을 설명했다. 정부의 마중물 역할과 기업의 주도적 역할을 결합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전시성 이벤트라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다. 한국판 뉴딜의 사업 내용을 들여다보면 10대 과제로 포장했을 뿐 작년과 올해 예산에 반영된 정책이 대부분이다. 5세대 이동통신(5G) 전국망 구축은 재작년부터 국가 주력사업으로 추진해왔고 농어촌 초고속 인터넷망 설치, 초중고교 구형 노트북 교체 등도 마찬가지다. 공공시설 에너지 효율 개선, 노후 경유차의 친환경차 전환 등도 새로울 것이 없다.

일자리 창출도 미심쩍다. 디지털 뉴딜로 90만3000개를 창출한다고 했지만, 인공지능(AI)과 디지털 ‘비대면 산업’이 활성화될수록 일자리가 줄기 마련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된다. 그린 뉴딜과 고용사회안전망에선 각각 65만9000개, 33만9000개 일자리를 만든다고 했다. 도서관 책 배달이나 산불 감시 같은 3∼6개월짜리 단기 일자리로 채워질 게 불 보듯 뻔하다.

뉴딜이 안정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핵심은 기업이다. 기존 친노동·반시장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한국판 뉴딜은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관 주도 디지털사업이 성과를 낼 수 있겠는가. 한국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경제 전환이 빨라지고 있는데도 근로시간 관련 제도나 대립적 노사관계는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어 기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판 뉴딜이 성공하려면 규제완화와 노동개혁을 우선 과제로 삼아 신산업이 커갈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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