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5% 오른 시급 기준 8720원으로 결정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7%보다 낮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을 삭감하거나 동결하는 게 옳지만 낮은 인상률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최저임금 결정이 노사 대타협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크다. 최근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이 낸 1.5% 인상안이 표결로 통과됐으나 민주노총 근로자위원 4명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한국노총 근로자위원 5명과 소상공인연합회 사용자위원 2명은 표결 직전에 퇴장했다.

그동안 노동계는 최저임금 16.4% 인상을 주장했다가 9.8%의 수정안을 제시한 반면 경영계는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을 감안해 2.1% 삭감할 것을 요구했다. 공익위원들의 1.5% 인상안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0.1%,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 0.4%,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 1.0%를 합산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외 경제예측기관이 올해 역성장을 예상하는 만큼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지난 3년간 최저임금이 32.8%나 올라 최저임금을 줄 능력이 없는 사업장이 전체의 16.5%에 이르는 현실도 간과할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이 코로나19 사태와 겹치면서 생사의 기로에 놓인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적지 않다. 청년층과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최악의 고용 상황은 심히 우려스럽다. 통계청의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작년보다 임시근로자가 50만명, 일용근로자가 15만명씩 급감했다. 임금을 올리는 것보다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더 화급한 시점이다.

한국노총 근로자위원들은 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공익위원 스스로 대한민국 최저임금의 사망 선고를 내렸다”고 비판했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기 어렵다. 노동계는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번지면서 경제위기가 심화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최저임금 결정의 키를 쥔 공익위원들이 역대 최저 인상률의 절충안을 낸 것은 이런 위기의식의 발로였다. 최저임금 인상은 처음부터 노사 간 이견이 컸던 만큼 양측 모두에게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노동계가 계속 반발한다면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자기 이익만 챙기는 집단으로 국민에게 비칠 수 있다. 노사는 책정된 최저임금에 인식 공유하고 경제난 극복에 힘을 합할 때임을 자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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