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지도부가 노사정 합의안 부결에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국민 전체와 호흡하는 민주노총이 되기를 바라지만, 호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민노총은 최근 열린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 대화 합의안’을 부결했다.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이뤄내려던 노사정 대타협이 민노총 내부 반발과 정파 싸움으로 결국 무산된 것이다.

이번 노사정 대화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노동사회위원회 참여를 1년 넘게 거부해온 민노총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요청을 정부와 경영계는 받아들였다. 국난 극복이라는 국가적 과제 앞에 절차나 형식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40여 일 간의 논의 끝에 노사가 고용유지에 협력하고, 정부는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등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로드맵을 연내에 만들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민노총 강경파가 김 위원장을 사실상 감금해 협약식 참석을 막은 데 이어 대의원대회에서도 합의안을 추인하지 않아 스스로 노사정 대화의 결과물을 걷어찼다. 사회적 책무를 저버린 행위다.

무엇보다 민노총 강경파가 이번 결과를 좌지우지했다는 게 더 우려스럽다. 올해 임금 동결을 검토하던 현대차 노조가 강경파인 산별노조(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임금 인상 요구로 급변했다. 민노총 지도부 공석으로 출범하게 될 비상대책위 체제가 장외투쟁에 주력할 경우 임단협 과정에서 강경파 입김이 커질 게 뻔하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작금의 위기는 전대미문의 상황이다. 공장 가동률 급락 등으로 기업은 위기에 몰리고 정부의 재정 여력도 한계로 치닫고 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2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난 앞에서 노사정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민노총은 기득권 지키기에만 몰두하면서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반기업 정서를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더 이상 일반 노동자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거세다. 노사정 합의안마저 뒤집는 민노총이 과연 대화 파트너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민주’가 사라지고 집단이익에만 집착하는 민노총의 이기주의적 행태는 고립만 자초할 것이다. 김 위원장은 노사정 합의안과 관련해 “민노총의 혁신도 함께 제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앞서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정파 논리가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현실을 비판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정부도 더이상 민노총에 끌려다녀선 안 된다. 무리한 요구만 하는 민노총 강경파와 거리를 둬야 한다. 원칙을 앞세운 중립적 자세로 친노조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민노총 없이도 경사노위를 통한 사회적 대화에 집중해 경제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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