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네스트 헤밍웨이와 '노인과 바다'

민병식 논설위원l승인2020.07.30l수정2020.07.30 14:21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민병식 논설위원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의 자서전적 작품이다. 1차 세계대전(1914~1918)을 겪으며, 세계는 이전까지 중심사상 이었던 기독교 및 근대 과학 문명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미국의 지식파 청년과 예술인들을 '잃어버린 세대'라고 한다. 헤밍웨이 또한  실제로 1차 세계대전에 참여하여 다리에 중상을 입고 종전이 되어서야 고향에 돌아왔다. 이를 바탕으로 쓴 전쟁 문학의 걸작 '무기여 잘 있거라'는 전쟁이 가져다준 삶의 허무를 심도있게 표현하였고 인생의 허무 속에서 삶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 가는 청년의 이야기를 담아 전쟁 소설과 연애 소설의 한계를 넘어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낸 니힐리즘 (허무주의)을 표현한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어 1929년에 뉴욕증시가 급락을 하면서 발발한 세계 대공황을 마주하며, 미국은 불황을 벗어나기 위해  정부주도의 '뉴딜정책'을 실행하였고, 국외적으로는 국가의 불안과 정치의 혼란한 시기를 틈타 나치즘과 파시즘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헤밍웨이는 개인의 허무와 좌절 등을 표현한 니힐리즘을 벗어나 인간 공동체적 작품을 쓰는 이른바 작품의 방향전환을 하게 되는데 바로 '노인과 바다'가  대표적 작품이다.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단순하다.

한 노인이 거친 바다에서  2박 3일간 사투를 벌여 5m가 넘는 청새치를 잡아 결국 상어에게 모두 뜯기고 뼈만 남은 청새치를 가지고 항구로 돌아온다는 이야기 이다. 그러면 이 단순한 이야기가 그토록 유명한 대작이 되었을까, 이야기의 중심 소재는 '패배(Defeat)이나 헤밍웨이는 '패배하지 않는 인간의 정신'이라는 주제에 집중한다.

젊었을 때는 어찌했을지 모르나 '산티아고'라는 노인에게는 현재 낡고 오래된 집과 밀가루 포대자루를 기워서 만든 돛으로 가는 볼품없는 작은 어선 한 척 뿐이다. 평생을 어부로 살아왔으나 지금은 84일 동안 물고기를 잡지 못했고 늙고 주름이 자글자글 하고 몸에 반점투성이인 어부로서의 생명이 끝난 듯한 쓸모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는 매일 바다로 나간다. 고기를 잡지못한 84일 후 85일 째 되는 날 드디어 5미터가 넘는 청새치를 잡고 3일간 바다에서 표류한다. 청새치의 힘에 이리 저리 끌려다니다 87일째 되는 날 드디어 청새치를 굴복시키지만 상어의 공격이라는 시련에 맞닥뜨린다. 첫 번째 상어와 싸우면서 작살을 잃어 버리지만 몽둥이와 노를 사용하여 청새치를 뜯어먹는 상어 들과 끝까지 싸우고 항구로 귀항한다.

'인간은 패배하는 존재로 만들어 진 게 아니야,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하지는 않지' 노인은 자신의  힘빠진  늙은 모습에도 절대로 용기를 잃지 않는다. 84일간 물고기를 못 잡은 유통기한이 다 된 쓸모없는 노인이라는 다른 사람들의 수근거림에도 오로지 자신의 목표에 집중한다.  청새치를 낚는 중에도 왼손이 저리면 오른 손으로 바꾸고 낚시 줄에 상처입은 손을 바닷물로 치료했으며, 다랑어와 돌고래 고기를 먹으며 체력을 유지하고 힘이 들어 지칠 때는 팔씨름에서 이겼던 과거를 회상하며 스스로 용기를 북돋운다. 이것이야말로 평생을 어부로 살아온 경험이며 노인의 최고 재산이다.

예전에 노인은 마을의 소년을 데리고 고기잡이를 다녔었다. 40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하자 그 소년의 부모는 노인을 모든 운이 사라져버린 상태, 최악의 불운 이라는 뜻의  '살라오'라고 칭하며 소년을 다른 배에 태워 보낸다. 그럼에도 노인은 혼자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간다. 한동안 고기를 못 잡아 생활력이 없어진 노인에게  제자 격인 소년이 음식과 미끼 등을 가져다 주고 마을 사람 들의 쓸모없는 노인이라는 수근거림에 자존감을 잃지 않는다. 5일만에 머리와 뼈만 남은 청새치를 끌고 항구에 도착, 중간에 5번이나 주저앉고 집으로 돌아와 지쳐 쓰러졌을 때도 걱정이 된 소년이 커피와 음식을 가져왔을 때에도 노인은 다음날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노인은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상어에게 청새치를 뜯기며 머리와 뼈만 가지고 돌아왔어도 노인은 영원히 바다에 패배하지 않은 어부이며, 자신의 분야에서 진정한 프로 의식을 가진 직업인이다.

현대의 세상은  급속한 변화의 시대이기도 하고 철저한 약육강식의 생태계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도 노인과 같다. 점점 나이는 들어가고 몸은 예전같지 않으며, 내가 가졌던 지식과 기술 들은 이제 젊은 사람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결국  내가 가졌던 가치 들이 더 이상 쓸모없게 될 때 사회적으로 용도 폐기되는 때가 오면  지치고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좌절감에 빠지게 된다. 결국 뒷 방 늙은이가 되는 것이다. 노인은 이를 거부하였다. 나도 이같이 어려움을 이겨낼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입사하기도 어렵고, 소모품처럼 죽어라고 일만 하다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명퇴를 강요당하는 세상, 나도 노인처럼 세상에 맞서서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수 있을지에 대해  좋게 말하면, 내 정신의 자유로움이나 나쁘게 말하면 내 의지의 박약함이 지금까지 버티어 온 것도 천우신조라는 생각이다.

"사람을 강히게 하는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자하는 노력이다"라는 말을 남긴 것처럼 헤밍웨이는 1차 세계대전 참전 뿐만 아니라 2차 세계 대전에도 자신의 배를 가지고 독일군 잠수함을 찾으러 다닐 정도로 무모하면서도 도전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헤밍웨이의 사망원인은 자살이었다. 자살 원인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력의 작용, 말년의 신경쇠약과  우울증, 발기부전에서 오는 처와의 불화와 자신감의 상실, 당뇨병으로 인한 다리 절단 권고 등 여러 가지이다. 그렇다하더라도 그가 남긴 문학사적 업적은 물론이거니와 군인, 종군기자, 여행가로서 자신에게 적극적이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최선의 삶을 살았던 것만큼은 틀림없다.

그가 남긴 쪽지들 중에는 그가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 놓은 것이 있다.

'살던 데서 머물고 떠나고, 신뢰를 하고 불신을 하고, 더 이상 믿지를 않고 또 다시 믿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주시하고…보트를 타고 나아가고…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 또 그것이 멈추는 것을 보고…빗 소리를 듣고…그리고 어디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

바로 이런 것들을 헤밍웨이는 사랑하다가 떠났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병식 논설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관련파일 추가하기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본사주소 :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17 대호빌딩 신관 203호  |  대표전화 : 02-2676-8114  |  대표 메일주소 : pshinys@hanmail.net  |  팩스 : 02-765-8114
등록번호 : 서울 09935 (일간지) 서울,아 01080  |  등록연월일: 2010년01월04일  |  재)새한그룹 : 이사장 신유술
이사장 : 류철랑  |  상임회장 : 박병선  |  회장 : 벤자민 홍   |  발행인·편집인 : 신유술  |  대표이사 : 이성용  |  편집국장 :임학근  |  미주총본부장 : Devid chun
전무이사 : 문순진  |  인쇄인 : 윤형수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정세민
Copyright © 2020 새한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