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이 논설고문

이른바 ‘검언유착’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정진웅 부장검사(사법원수원 29기)가 연수원 2년 선배로 피의자 신분인 한동훈 검사장 사무실로 찾아가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였다. 이 과정에서 시정잡배들이나 벌릴 수 있는 몸싸움을 벌려 현직 검사끼리 초유의 난투극을 벌렸다. 한동훈 검사장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팀을 이뤄 청와대 살아있는 권력의 여러 의혹사건을 파헤치다가 대통령이 조국 대신 앉힌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수사팀을 해체하는 과정에 바람을 맞고 용인에 있는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 연구위원으로 좌천된 가운데 있다.

이 사건은 한 검사장 측 변호인으로부터 한 검사장이 압수수색을 집행하러 온 정 부장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입장문이 검찰 출입기자들에게 전해지면서 알려졌다. 입장문에는 한 검사장이 압수수색을 집행하러 온 정 부장에게 협조하려 했으나, 돌연 정 부장이 한 검사장에게 몸을 날려 폭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 있다. 핸드폰을 압수 수색하려는 정 부장에게 이해를 구하고 자신의 변호인에게 전화를 걸려고 비밀번호를 풀려는 순간 돌연 몸을 날려 검사장에게 달려들어 몸 위에 올라타고 얼굴을 누르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는 게 한 검사장 측 주장이다.

한 검사장 측은 정 부장의 행위를 ‘독직폭행’으로 규정해 검찰에 고소하고 정 부장에 대해 감찰도 요청하였다. 그러나 폭력을 행사한 정진웅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압류를 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의 물리적인 방해 행위에 넘어져 병원 치료를 받는 사진을 공개하여 서로 심한 주먹 다툼이 있는 것으로 추측이 될 뿐이다.

구체적인 경위는 서울고검이 감찰로 밝히기로 해서 추후 사실이 밝혀지겠으나, 이는 검사들이 육탄전을 벌이고 맞고소를 하는 등 검찰개혁을 앞두고 검찰이 자중지란에 빠져 혼돈의 검찰 현주소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검언유착’ 사건의 수사팀장인 서울중앙지검 정진웅 형사 1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엇박자를 놓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전격 발탁하여 중용했다고 하며, 이성윤 지검장과 호남 동향에 순천고 선후배간이라는 사실은 다 알려진 일이다. 그래서 이 사건은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힘겨루기의 대표사례로 여겨진다.

윤 총장의 핵심측근인 한 검사장이 관련된 이 사건에서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의 접근을 막았고, 윤 총장은 본인의 오른팔 역할을 하다가 좌천된 그를 구해 주려고 한다는 의심을 사기도 하였다. 서울고검의 감찰로 한 검사장의 혐의가 드러나면 윤 총장에게 비난이 집중되고, 반대로 한 검사장의 무혐의로 판명이 나면 추미애 장관에게 비난이 갈 수밖에 없다. 이번 일은 검찰 사상 초유의 검찰동일체 정신에 금이 간 이 하극상 사건이다. 검찰이 진실과 정의에 입각한 수사를 하지 않고, 정치권력에 줄을 서서 자신의 출세와 입지를 도모하고 검찰의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다면 국가의 기강이 무너지고 법치의 근간인 사법부의 국민적 신뢰는 땅에 떨어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국민이 보는 시각은, 수사팀이 집행 하려 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바로 다음 날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하라고 권고한 일이다. 이런 상태에서 압수 수색 영장을 집행하면서 수사를 재개한 것은 수사심의위원의 존재 자체를 무시한 것이다. 최소한 검찰심의위원회의 권고에 불복하는 이유라도 공식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안하무인의 막장드라마를 보는 국민은 아무리 세상이 바뀌고 뒤 집어진다고 해도 한 검사장은 정 부장검사의 선배이며 상급자이다. 철저하게 조사를 해서 유야무야 덮을 일이 아니고 엄정하게 감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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