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식 논설위원

한 번 쏟아지면 다시 주워 담지 못하는 것이 두 개가 있다. 바로 물과 말이다. 覆水難收(복수난수), 즉,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기 어렵다는 한자 성어가 있다.

워낙 유명한 구절이고, 많은 사람이 인용하지만 이 고사의 기원은 강 태공과 그의 아내 마씨마씨(馬氏)에게서 비롯된다. 강 태공은 집안 살림은 도외시하고 늘 책만 읽었고, 고생을 견디다 못한 아내 마씨(馬氏)는 가출하여 친정으로 가 버렸다. 그 뒤 강 태공은 주나라 문왕을 만나 스승이 되고 이어 무왕을 도와 주나라 건국의 일등 공신이 된다. 무왕은 강 태공을 제왕(齊王)봉했다. 강태공이 제나라로 들어갈 때 나타난 마씨는 남편이 출세한 것을 보고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느냐고 하였으나 강 태공은 하인을 시켜 물을 한 바가지 떠서 땅에 뿌리고는 한번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있느냐며 매몰차게 아내를 내쫓았다는 이야기이다.

쏟아진 물처럼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이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내뱉은 말에 대해서 책임을 지어야한다. 내가 어떠한 말을 하였을 때 상대방이 어찌 생각할지, 실례가 되지는 않을 지, 혹시 상처는 주지 않을 지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한다. 자신의 잘못은 깨닫지 못하고 그냥 무턱대고 말을 내뱉고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왜 상대방이 기분이 나쁜지, 상처를 받는지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 들이 있다. 바로 경솔함에서 오는 잘못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 말은 그 사람의 수준과 인격을 상징한다. 30세를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나이라고 하여 이립(而立), 40세를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라고 하여 불혹(不惑), 50세를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라고 하여 지천명(知天命)이라하고, 60세를 이순(耳順)이라고 하는데 이는 귀가 순해져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라고 한다. 또, 70세는 고희(古稀)라고도 하고 종심(從心)이라고도 하는데 뜻대로 행해도 어긋나지 않는 나이 라는 뜻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어떠한가? 학교에서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타인의 허물을 발견하고, 지적하며 뒷 담화를 즐기고 있는 것은 않은지 자신의 허물은 바라보지 않고 남의 허물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며 생각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글을 쓰는 문인으로써 스스로의 말과 글을 조심해야한다. 어떤 이는 문인협회에 속해 있으면서 겉은 사교적이고, 친절하며 세상 둘 도 없는 착한사람처럼 보이나 자신의 뜻에 맞지 않다고 상대를 잘근 잘근 씹으면서 헐뜯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한 곳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또 다른 협회를 찾아서 기웃 기웃 거린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좋아 보이고 괜찮아보여도 밑천이 바로 드러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멀리하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다른 이들이 동조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른 사람 핑계를 대거나 탓을 한다.

이 곳에 가서 물을 흐리고 저 곳에 가서 재 뿌리고,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으면 협회를 나가버리고, 공부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향상 시키는 것 보다는 모임을 통한 놀고먹기, 남의 일에 관심 두기에 더 바쁘고 결국은 단체의 분란을 일으키고 만다.

구화지문(口禍之門),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 된다는 뜻으로 늘 말조심을 하라고 경계하는 말이다. 문인은 글로써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사람들이다. 늘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말과 글을 사용하여야 한다. 겉으로는 문인이라고 스스로를 칭하면서 수준이하의 발언과 행동거지로 순수하고 열성적인 다수의 문인 들을 욕되게 하는 가짜 문인이 되지 않도록 늘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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