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졸속 부동산대책을 규제로 땜질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폭탄 수준의 보유세·거래세를 중과하고 임대차3법을 통과시킨 뒤 전세 매물은 자취를 감추고, 전셋값은 더 뛰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집계 결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 주 0.17% 올라 7개월여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며 58주째 뛰었다. 세입자 부담을 무겁게 하는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한다. 이에 정부와 범여권에서는 땜질 대책을 우후죽순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4%인 전·월세 전환율을 낮추기로 한 데 이어 전·월세 전환율보다 높은 월세를 받으면 최고 20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시·도지사가 시·군·구의 표준임대료를 매년 산정하고, 이를 근거로 임대료와 인상률을 정하도록 하는 주거기본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하나하나가 시장의 가격조절 기능을 파괴하는 대책이다. 작금의 사태는 시장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따져 보지 않은 채 밀어붙인 졸속 대책의 후폭풍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잘못된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땜질 규제로 두더지 잡기식 대응을 하니, 규제가 규제를 부르는 요지경만 만연한다. 그야말로 배가 산으로 오르는 격이다.

집주인은 세 한번 잘못 놓으면 범죄자가 될 판이다. 시·도지사가 무슨 수로 수많은 복합적 요인에 따라 결정되는 임대가격을 매년 결정해 공시한다는 것인가. 임대인과 임차인 간 사적 계약에 대한 과도한 정부 개입은 차치하고라도 현실성 없는 탁상 규제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시장 기능을 더욱 왜곡해 더 큰 파문을 부를 것임이 자명하다.

고위 공직자의 ‘내로남불’ 행태는 또 드러났다. 서울 강남 아파트 두 채를 가진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잠실 아파트를 다른 매물보다 최고 4억원이나 비싼 가격으로 내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집을 팔겠다는 것인가, ‘집 내놓기 쇼’를 하는 것인가. 경실련의 조사 결과, 부동산·금융·세제 정책을 다루는 1급 이상 공직자 107명 가운데 39명이 다주택자이고 이 중 7명은 3채 이상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보유한 서울 강남 4구의 주택은 42채에 이른다. 이런데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민에게 “사는 집 빼고는 모두 팔라”고 한 것인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부실 정책을 또 다른 악성 규제로 봉합하려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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