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의원 발의를 통해 제출된 자치경찰법안(정부안)은 진정한 자치경찰제와는 거리가 멀다. 자치의 본질인 자치경찰 조직의 분리와 소속 인력조차 없고, 시도지사가 특색 있는 치안정책을 펼칠 여지가 좁기 때문이다.

정부안은 기존 안에 비해 국가사무와 자치사무를 기능단위로 분리하여 현장의 업무 혼선을 최소화하려 한 점과 신분을 국가공무원으로 유지하여 지역 간 처우 불균형을 해소하려 한 점은 일견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우수 경찰인재의 지역 편중과 치안격차 심화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소방공무원과 교육공무원의 사례에서 이미 경험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조직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안은 경찰관에 의한 자치경찰사무는 존재하지만 자치경찰공무원은 존재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기존 경찰사무(호박)에 선만 그어 자치사무(수박)라고 이름붙인 것에 불과하다. 새로운 제도가 제자리를 잡고 뿌리 내리려면 그 추진주체가 명확해야 하는데, 단지 비용을 이유로 이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자치사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시도자치경찰위원회와 시도경찰청장 및 경찰서장에게 부여하더라도, 승진과 보직 등 인사권은 원칙적으로 시도지사가 행사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자치경찰의 실시에 따라 이제 주민들은 지방정부의 치안문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시도지사에게 묻고자 할 것이므로, 적어도 시도지사에게 이에 상응하는 권한을 인정하는 것이 권한과 책임의 원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도경찰청장 소속의 자치경찰본부장(경무관)을 개방직 지방공무원으로 보하도록 하고, 자치경찰본부장의 임면권을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추천을 전제로 시도지사가 행사하도록 하는 것은 반드시 수용되어야 한다.

경찰서 직제에서도 경찰서장이 직접 생활안전과장 등 자치사무를 수행하는 경찰을 지휘·감독할 것이 아니라, 시도경찰청의 자치경찰본부장처럼 경찰서장 소속의 개방직 지방공무원으로 자치경찰 담당자를 두어야, 실질적인 경찰활동이 이루어지는 경찰서 단위에서의 자치경찰사무가 제 역할을 찾는 데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자치경찰제는 단순한 경찰제도만의 개혁을 넘어선 권력공유의 가치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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