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당정은 이른 시일 내에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수해 복구를 위한 예비비 지출이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 4차 추경 편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정은 추경 편성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가 4차 추경에 나선다면 1961년 이후 59년 만이다. 미래통합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에서 추경 편성 필요성을 먼저 제기한 만큼 당정의 결론에 따라 8월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당초 민주당 내에선 수해 극복을 위한 4차 추경 편성에 대한 신중론이 우세했다. 다음달 정기국회가 열리면 내년 본예산 심의가 시작되는 데다 불과 한 달여 전 35조3000억원의 3차 추경을 통과시켰는데, 수해를 이유로 추경을 또 추진하는 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까지 나서 4차 추경 편성 카드를 꺼내든 건 막대한 수해에 태풍까지 겹쳐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돈줄은 말랐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편성한 예비비 가운데 재해에 쓸 수 있는 4조2000억원 중 상당 부분이 방역과 고용 안정에 지출돼 2조원 정도만 남았다고 한다. 수해 복구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비상에 걸렸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명목으로 자연재해에 사용해야 할 재난기금을 미리 끌어다 쓴 탓이다.

4차 추경이 현실화한다면 그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불투명하다. 올 들어 세 차례 모두 10조원 넘는 추경이 편성된 점을 감안할 때 그에 맞먹는 규모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나라 살림살이에 주름살이 더 깊게 팰 수밖에 없다. 급속한 재정건전성 악화는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친다.

기록적인 폭우에 따른 전국적인 수해가 워낙 큰 만큼 추경 편성은 불가피한 일이다. 우려스러운 건 문제만 생기면 국민 혈세로 메워야 할 추경에만 의존하려는 정부·여당의 고질병이다. 민심 이반을 우려해 일단 급한 불만 끄고 보자는 심산일 뿐, 축난 나라 곳간을 다시 채울 대책은 안중에도 없다. 마구잡이식으로 돈을 푸는 일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지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국가부채 비율이나 재정적자 한도를 일정 수준 이내로 유지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재정준칙’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무책임한 재정 살포 행태를 포기하지 못한다면 법으로 억제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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