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재정 적자가 현실화했다.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8월호)’에 따르면 정부의 관리재정수지는 올 상반기에 110조5000억원의 적자를 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1년 만에 51조원이나 불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1년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사실상 사상 최대다. 통합재정수지 적자도 51조5000억원 늘어 90조원에 달했다. 역시 2011년 이후 최대다. 중앙정부 채무는 764조1000억원으로 작년 6월 말보다 77조원이나 증가했다. ‘나랏빚 수레바퀴’가 빠른 속도로 구르기 시작한 것이다.

대규모 적자를 부른 결정적인 요인은 세수 감소다. 국세 수입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3조원이나 줄었다. 코로나19 충격에 법인세 수입이 32%나 감소한 29조3000억원에 그쳤고, 소득세·부가가치세 수입도 급감했다. 세수가 좋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올해 예산을 사상 최대 규모인 512조원으로 늘렸지만 ‘세수 절벽’과 코로나19 위기에 나라 살림은 시퍼렇게 멍들었다. 적자 국채까지 발행하며 추진한 3차례 추경은 그렇다 치더라도, 현금을 마구잡이로 살포한 재정 운용이 적자의 골을 더욱 키웠다는 것은 기지의 사실이다.

상황을 호전시키려면 세수가 늘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반대로 움직인다. 반짝 회복 기미를 보이던 수출부터 악화되고 있다. 8월 1∼10일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3.6% 감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회원국 중 가장 높은 -0.8%로 상향 조정했지만 역시 역성장을 벗어나지 못한다.

위기 때일수록 재정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라 곳간이 바닥나면 경제위기를 수습할 힘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당장 4차 추경부터 문제로 떠오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수해 복구를 위한 4차 추경 편성에 난색을 표했다. 예비비로 우선 지원에 나서고, 재해복구 비용은 내년 예산으로 충당할 것을 제안했다. 재정 운용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 잘 드러난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아직도 ‘확장재정’에 매달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주재한 ‘집중호우 긴급점검 국무회의’에서 OECD의 성장률 수정에 대해 확장재정 정책이 선방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바닥난 나라 곳간은 보이지 않는가.

정부는 빚 무서운 줄 모르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친시장 성장’ 정책에는 등을 돌린 채 사상 최악의 재정 적자가 나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면 빚의 굴레는 국가 미래를 집어삼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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