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200명에 육박하며 닷새째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산과 광주 등 전국 12개 시·도에서 환자가 나왔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현재 서울·경기 상황은 감염 양상이나 방역대응 차원에서 지난 2∼3월 대구·경북의 집단감염 사태보다 더 위험하다”고 했다. 교회와 카페, 어린이집, 마을회관, 콜센터, 요양병원 등 다양한 지역과 시설에서 환자가 속출하는 데다 60세 이상 고령층 비율이 높다. 역대 최장 장마와 폭우 피해에 폭염까지 겹쳐 방역 여건은 날로 나빠지고 있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한동안 잦아들던 코로나19가 다시 창궐한 것은 방역수칙을 무시한 교회 탓이 크다. 일부 교회에서 교인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 찬송가를 부르거나 소모임 혹은 식사를 함께 하면서 화를 키웠다. 교회발 감염이 지역사회에 번지면서 ‘신천지 악몽’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관련 확진자가 전광훈 목사를 포함해 300명을 넘어 신천지 발 집단감염을 빼곤 가장 많다. 이 교회 신도들이 대거 광복절 집회에 참석한 데다 600여명은 연락도 닿지 않는다고 한다. 등록교인이 56만명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도 성가대원 등 10여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외에 수도권의 크고 작은 교회에서 확진자가 꼬리를 물고 있다.

정부도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여름 휴가철에 임시공휴일(17일)을 만드는가 하면 외식 할인쿠폰 등을 뿌렸다. 정부가 사회 전반에 ‘코로나는 이제 끝났다’는 착각이 들도록 느슨한 분위기를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뒤늦게 정부는 신속한 역학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범부처 수도권 긴급대응반을 가동한 데 이어 병상도 528개를 추가로 늘려 2000개 이상을 확보했다고 한다. 수도권 교회의 정규예배를 제외한 각종 모임 금지 조치를 필요할 경우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이번 주가 중대 고비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금 유행 상황을 통제하지 않으면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해 의료체계의 붕괴 또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3단계에 준하는 2단계 거리두기를 적용하고 클럽·유흥주점·노래방 등 고위험시설에 대해 폐쇄 등 고강도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의료체계를 재정비해 중증환자 병상과 생활격리시설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의료계도 파업·휴업을 보류해 코로나19 극복에 힘을 보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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