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식 논설위원

요즈음 꼰대라는 말이 자주 쓰이고 있다. 50대 중반의 나이인 나도 회사 후배들이나 젊은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꼰대일 텐데 사실은 좀 억울한 면도 있다.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무조건 적인 꼰대의 반열이나 흔히 나이 먹음을 상징하는 아재, 개저씨(개아저씨)의 대열에 합류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꼰대의 정의는 무엇인가?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나이 먹은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학생들의 은어로 사용되었는데 최근에는 꼰대질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꼰대는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이자,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한다. 즉, 권위를 행사하는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뜻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기성세대 중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특히, 꼰대들을 대표하는 말의 사용으로는 '라떼는 이랬는데'가 전형적이라고 한다. 나도 후배들에게 위의 말을 사용할 때가 간혹 있는데 생각해보니 나도 꼰대일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누구나 알아야 할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어떤 세대를 막론하고 나이가 들면 언젠가는 꼰대가 될 것이고 나는 아니라고 하지만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게 꼰대로 불리 울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리즈 시절은 있었고 꼰대 세대도 한때는 요즘 애들이었다.

그러나 부모가 되지 않고서 자식에 대한 생각과 애정을 100% 이해할 수 있겠는지, 신입사원이 직장의 관리자가 되지 않고서 리더로서의 책임감과 입장, 생각과 내면 모두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겠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최근 꼰대로 살지 말자, 꼰대 탈출하기 등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권위주의 탈피하자는 내용에 책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 좋은 뜻으로 좀 더 젊은 감각을 가지고 직장에서 또 가정에서 깨이지 못한 구세대로 살지 말자는 좋은 뜻일 것이다.

개인의 생각이나 가치관은 꼭 나이를 구분 짓지 않더라도 각각 틀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에 있는 것이지 굳이 꼰대의 정의를 내리고 뚜렷이 구분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꼰대라고 불리는 세대는 진짜 꽉 막히고 권위적이며 수직적인 관계를 고집하는 마인드가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만일 있다면 고치도록 노력해야 하고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가 왜 꼰대의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또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세월의 경험을 존중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즉, 서로를 헤아리고 융화하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지금 내 나이도 50이 넘었다. 마음은 20대 못지않고 외모도 젊어 보이고 싶은데 가는 세월은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더니 벌써 중년이 되었다. 꼰대처럼 생각하지 않으려 생각하고 고민하며 노력해도 젊은 사람들에 비하면 당연히 꼰대일 수밖에 없다. 인생이란 그런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내 안에 더 많은 나가 늘어난다는 것, 누구나 세월이 지나면 꼰대가 될 것이고 꼰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의 뒤 세대에 비하면 꼰대라는 것. 결국, 세월이 흐름에 따라 내가 속한 집단에서 요즘 것의 입장에서는 꼰대 질을 지적하고, 또 꼰대가 되면 '라떼는'을 반복하며 '요즘 것'들을 지적하는 일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함이다.

사실 꼰대라는 말이 별건가, 자신도 꼰대이면서 자신보다. 연장자 이거나 상사에게 꼰대라고 정의를 내려놓고 상대하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경험치를 너무 높이 평가하여 후배직원이나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게 내 생각만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서로 심사숙고해야 할 시기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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