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식 논설위원

''윤리란 무엇인가?''

윤리(倫理)는 한자로 인륜 륜(倫), 이치 리(理)를 쓴다. 윤(倫)은 집단, 무리 혹은 질서를 의미하고, 이(理)는 이치, 도리를 말한다. 이를 해석하면 인간관계의 이치와 도리를 다룬다는 뜻이 된다. 이것이 동양 윤리의 사전적 의미이다. 서양에서는 윤리를 ‘ethics’라고 한다. 이 단어는 그리스의 에토스(ethos)에서 유래하였는데 ethos는 ‘사회의 풍습이나 관습’ 또는 ‘개인의 성품이나 품성’을 의미한다. 결국, 동양이나 서양이나 윤리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도덕적 행동이나 규범을 의미한다는 것에서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윤리학을 순수 이론 학문으로부터 구별하여 독자적인 학문으로 정립시켰는데, ‘이론 학문’과 ‘실천 학문’으로 구분하고, 이론 학문은 진리의 발견과 지식의 생산 자체에 관심을 두는 반면, 실천 학문은 지식의 발견과 더불어 그것을 실천하는데 주된 관심을 둔다고 정의하였다. 이론 학문에는 논리학, 자연학, 수학, 형이상학들 등이 있고 실천 학문에는 윤리학, 정치학, 법철학 등이 포함되니 윤리는 곧 실천을 위한 학문인 것이다.

윤리학은 인간의 ‘도덕적 행위’에 대해 탐구하고, 도덕적 행위가 갖추어야 하는 조건과 기준을 밝히고자 노력한다. 칸트는 어떤 행위가 도덕적 행위이기 위해서는 ‘의무 의식에서 비롯된 행위’여야 한다는 의무론적 윤리설을 주장하고, 벤담은 공리주의자로서 어떤 행위가 도덕적 행위이기 위해서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하는 행위’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도덕적 행위에 대한 분석을 통해 윤리학은 최종적으로 가치 있는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현대 사회에는 수시로 마주치는 많은 윤리 문제들이 있고, 대표적인 실천 윤리학자 피터 싱어(Singer, P.)는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문제들이 가장 현실적인 윤리적 문제들”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를 현실에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주된 주제로 다루고 있다.

기존의 이론 윤리학이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탐구하였지만, 그 내용은 이론의 영역에서 머물러 실천이 되지 않고, 현실 세계에 적용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현대 윤리학은 새로운 윤리학을 만들어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바로 실천 윤리학이다. 피터 싱어는 '실천윤리학(Practical Ethics)'이란 저서에서 사회의 각종 이슈에 대해 공리주의적 해석을 담아내었다. 즉, 현실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가지고 어떻게 윤리를 실천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예를 들면 살생과 낙태, 빈부의 문제, 동물권, 영아 살해, 기후 변화 등 현대 사회의 대표적인 쟁점들에 대해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윤리적 실천을 촉구하고, 현대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문제에 어떻게 적용하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나, 상대, 가족, 소속집단, 사회에게 어떤 윤리적 마인드를 실천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일 수 있다.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 인간은 무조건적으로 윤리적이지도 않다. 자신이 살기 위해 더욱더 윤리적 마인드를 외면하고 살 수도 있고 어떤 집단의 생존과 우위를 위해 상대를 파괴하기도 한다. 그러면 왜 인간은 윤리적이어야 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사회, 조금 더 바른 사회를 만들어 그 안에서 공공의 선을 이루고 도덕적 측면에서 바르게 살고 결국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함에 목적이 있지 않을까, 그것이 동물과 다른 점이기에 당연한 의무인 것이다.

과학의 발달로 인류는 최고의 문명시대에서 살고 있으나 편리함과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에게, 동물에게, 인간 서로에게 점점 비윤리적이 되어간다. 지구는 병들고 있고 전쟁으로 누군가의 권력을 위해 많은 사람이 죄없이 죽어간다. 현재의 코로나 19사태도 정확한 발생 시기와 원인이 분명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말로 하는 윤리가 아닌 윤리의 실천이 필요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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