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동 논설위원

인간은 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우연(偶然)이든 필연(必然)이듯 인연을 맺고 만남을 통하여 작은 집단과 조직과 사회를 형성하면서 삶을 영위한다. 인간관계의 맺음 속에서 구성원이 되어 함께 일하고 업무성과를 내면서 사회가 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이 제각각 만남을 통하여 조직원이 되고 구성원이 된다. 이럴 때 업무와 관련하여 경쟁 관계에 있거나 갈등이 야기되는 등 이해관계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선후배와 동료 관계가 설정되고 서로 간에 의사를 소통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위계질서가 형성된다.

자연스럽게 취득하는 업무상 비밀을 공유(共有)하는 등 상호 협력 관계가 형성되는데 이때 믿음을 전제로 해야 긍정적인 관계가 설정된다. 바람직한 업무 협력 관계가 이루어지는데 자칫 신의가 무너지면 조직이 와해 되어 사라지고 관련 당사자도 상당한 불이익이나, 또는 사회적으로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신의(信義)이다.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서는 신의가 제일의 가치이다. 특히,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이거나 절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중히 여겨야 할 덕목이 신의이다. 신의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평생을 함께 살아가는 부부 사이에서도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이다.

이역만리에 가 있더라도 서로가 굳게 믿을 수 있는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 가정이 온전히 유지될 수 있다. 친구 사이도 마찬가지이다. 매사 거짓말을 일삼고 여기에서 한 말과 저기에서 한 말이 다르다면 신의가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친구들 사이에 우정을 지속해 나가기가 어렵다.

이웃 간에도 마찬가지다. 이웃에 사는 사람이 하는 말마다 거짓말투성이고 믿을 수 없다면 이웃 사이의 교류는 끊어지고 남남으로서 서로 간에 몹시 불편한 인간관계가 된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과 기관 간이나 국가 간에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우호 관계 설정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된다.

선린우호 관계의 국가 간일수록 상호 굳건한 신의가 바탕이 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한 요소이다. 뿐만 아니다. 국민 모두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유력 정치인이나 지도층 인사들의 말과 행동은 언제 어디에서든 신중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갖는 말의 무게감과 파급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기분에 따라서 아무 말이나 하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말을 바꾸거나 거짓말로 호도(糊塗)한다면 국민의 신뢰감을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정 운영에도 큰 혼란을 초래하여 국가가 혼돈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그러므로 국정을 책임지는 정치인들은 신의를 바탕으로 언행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특히 국가정책과 관련하여 자신이 한 말은 어떠한 경우에도 책임을 져야 국민로부터 깊은 신뢰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신(信)을 해자(解字)해 보면, 사람 '인' 변에 말씀 '언'이 합쳐져 글자를 이루었다. 사람이 하는 말속에 믿음과 진정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마디 한마디 하는 말속에 그 사람의 믿음과 진정성이 배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주고받는 말속에는 진심이 담겨야 하고 그 사람이 하는 말속에는 무게감이 실려 있어야 한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은 믿음이 결여된 사람으로 채신머리가 없는 사람이다.

신의가 없는 사람과는 거래도 하지 말고 절대로 믿지도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빈말(虛言)을 잘 하는 사람일수록 남을 속이는 일에 익숙하여 달변가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 말에 현혹되거나 속임을 당하여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헛믿음을 믿은 것이다.

신(信)은 의(義)와 같은 동렬(同列) 관계이다. 그러므로 신을 따로 떼서는 생각하기 어렵고 반드시 신(信)은 의(義)와 함께 신의(信義)라는 단어로 사용된다. 그만큼 사람들이 하는 말 속에는 반드시 의리가 동반되어야 믿음이 강하고 진정성이 있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사람은 신의를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하고 신의를 지키려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신의를 져버리는 사람은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상종(相從)도 하지 않는다. 예로부터 믿음을 져버리는 인간은 비열(卑劣)하고 야비한 인간쓰레기라면서 경멸을 받았다.

믿음이 동반(同伴)되거나 담보되지 않은 말은 거짓말이다. 거짓말과 허언(虛言)이 난무하는 사회는 사기(詐欺)와 속임이 팽배하는 상호불신(相互不信) 사회, 못 믿는 사회, 불행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거짓과 속임과 사기(詐欺)가 사라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국민 모두 信과 義를 기반으로 하는 신의(信義)의 사회, 진실을 바탕으로 한 진실하고 정직한 사회, 믿음이 꽃피우는 밝은 사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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