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짙다.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인 뿌리산업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뿌리산업 영위 업체의 영업이익은 4년 새 반 토막 난 데 이어 최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제조 공정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영위하는 산업을 일컫는다. 나무뿌리처럼 드러나지 않지만 최종 제품에 내재해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을 이루기에 제조업의 위기는 경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진다.

통계청이 내놓은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 생산은 감소세다. 소매판매만 5월 전후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의 영향으로 증가했다. 산업의 허리인 제조업의 추락은 특히 심각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60%대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월 이후 가장 낮았고, 제조업 재고율은 120%대로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8월 이래 최고치로 치솟고 있다. 제품이 팔리지 않아 공장에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공장 기계가 멈춰서는 미증유의 불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장기전에 대비하는 것이 옳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가는 소나기인 줄 알았는데 장마의 시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장기 대응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의 경제는 ‘경제 전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성장의 엔진인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다.

그 중심에 제조업 회생이 있음을 직시해야겠다. 제조업 회생에 정부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제조업이 튼튼해야 산업 안정성이 확보된다는 것은 선진국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생명공학(BT) 등 4차 산업 혁명시대 유망업종도 그 하드웨어는 제조업에 기반하고 있다. 미래 먹을거리인 4차 산업혁명에 강한 선진국은 제조업과의 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음을 보아야겠다.

제조업 육성을 통해 우리 경제 최대 현안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토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산업경쟁력 강화가 요청된다. 이는 사람에 대한 투자 확대,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구축, 핵심기술에 대한 선택과 집중 거버넌스, 플랫폼 정부 구축, 신속하고 적극적인 규제개혁, 기업하려는 분위기 조성 등이 충족돼야 할 것이다. 획기적인 전략 변화를 통해 '제조 코리아'의 위상을 되찾아야겠다. 우리의 전통 주력제조 산업을 혁신해서 고도화하고 그걸 통해서 경쟁력을 높여가는 게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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