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의 위기

민병식 논설위원l승인2020.09.11l수정2020.09.1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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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병식 논설위원

세상에 완벽한 가정은 없다.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 간에 존중받을 권리와 의무가 있고 또,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저마다 노력은 한다고 하나 함께 살면서 어떤 사소한 문제라도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유교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 과거에는 가장의 권위가 절대적이었다. 아버지의 말 한마디가 가족의 의사를 대변했고 거의 법이었다. 그러나 요새는 그렇지 않다. 아내는 아내대로 동등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에 존중받고 싶어한다. 특히 맞벌이의 경우에는 더 그럴 것이다. 현대사회는 양성평등을 적극 실현하는 사회가 되었고, 자칫 가장의 권위를 내세웠다가는 지금이 조선 시대냐는 핀잔과 함께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최근 남편 들이 아내와 자녀들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가정 내에서 자신의 위치는 없고, 그저 돈 버는 기계일 뿐이라고 하소연한다. 특히 경제권이 아내에게 있는 경우는 더욱 그런 생각을 가질 만도 하다. 연애 시절, 신혼 시절과 달리 아이가 태어난 후의 모습은 엄연히 다르다. 모든 일상은 아이 중심으로 돌아간다. 크면 좀 나아지려나 하지만 커서도 마찬가지다. 엄마의 관심은 모두 아이에게 있고 아이들도 중요한 결정부터 시시콜콜한 문제까지 모두 엄마와 상의하고 아버지는 배제될 때가 많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아버지로서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문제점이 생긴다. 이는 아빠와 엄마의 역할설정에 대해 스스로가 선을 그어놓기 때문이다. 남자들의 최우선 순위는 회사와 사회생활의 경우가 대부분이고,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집에 들어오는 생활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아내 및 자녀 들과의 대화시간은 줄고, 아내와 자녀들에게 아버지는 늘 바쁜 사람이라는 인식과 함께 자녀들은 엄마와 의사소통 및 상의를 할 수밖에 없다. 아빠가 모처럼 대화를 시도하며 다가가려 해도 불쑥 다른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게 되는 듯한 어색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시대는 변했다. 현대사회를 사는 남성들은 회사생활도 잘해야 하고 가사 분담도 공평하게 해야하고 육아에도 전문가가 되어야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 최근 시대상을 보면 기본적으로 그 정도는 해야 한다는 게 사회적 통념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의 역할이 변한 것일 수도 있고, 어찌 보면 모계사회로의 회귀가 다시 시작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예전과는 다른 세상이 되었다. 즉, 이 시대의 남편 들은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다. 사회와 직장에서 뿐만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변해야 살아남는다.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기란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의 연속이다. 

이 시대의 남편 들이여!  변하라!  

변하지 않으면 당신 앞에 기다리는 것은 은퇴 후에 뒷방 늙은이로 남든지, 이혼이든지, 이혼을 가장한 졸혼일지도 모른다. 하긴 이 시대에 어찌 보면 졸혼이 인생의 마지막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선택은 본인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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