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날로 격화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어제 “미국이 2018∼2019년 2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관세를 물리면서 국제무역 규정을 위반했다”며 중국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이 WTO를 이용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 강도는 갈수록 높아질 게 불 보듯 뻔하다.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국내 산업은 미·중 무역갈등의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미국이 그제부터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고강도 제재에 돌입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지 못하게 됐다. 관련 부품·소재 수출업체 등도 타격을 받게 된다. 얼마 전 화상으로 열린 한·미 정보통신기술정책포럼에서 미 국무부는 5세대 이동통신(5G)망 구축에서 화웨이 등 중국 정보기술기업을 배제하는 구상인 ‘5G 클린 패스’ 기조를 설명했다. 화웨이의 5G 무선장비를 쓰는 LG유플러스로서는 난감한 일이다. 오는 20일부터 중국 ‘국민 메신저’ 위챗에 대한 미 정부의 사용금지 조치로 중국 내 아이폰 구매가 감소하면 애플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하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피해가 발생한다.

미국의 대중 제재가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주춤하면서 한국 반도체업계에 한층 여유가 생길 게 자명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근 미국 기업으로부터 잇따라 수주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과 8조원대 5G 통신장비 계약도 체결했다. 화웨이가 경쟁 대상에서 제외된 데 따른 반사이익이다.

미·중 갈등은 단순한 관세전쟁을 넘어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첨단기술 패권 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과 관련된 모든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아예 중국을 배제하는 방안까지 모색하고 있다. 무역전쟁 전선이 전 산업으로 번지지 말란 법이 없다. 정부는 미·중 갈등의 추이와 파장을 면밀히 살펴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회 요인을 확대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다. 산업별·시나리오별 비상 대응책을 강구하고 중·장기 대책도 수립하기 바란다. 산업계 역시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과감한 연구개발을 통해 첨단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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