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이번 주 초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전면 확대하는 법안을 입법 예고한다. 증권 분야에만 국한된 집단소송제를 모든 분야로 확대하고, 악의적인 의도로 불법행위를 할 경우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책임을 부과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가 ‘기업규제 3법’으로 불리는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제·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한 달도 안 돼 고강도의 기업 옥죄기법을 내놓은 것이다. 경제단체장들이 여야 정치권을 찾아다니며 읍소해도 소용이 없다. 외려 정치권은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줄줄이 신청하는 구태를 되풀이한다. 여권 전반에 반(反)기업 정서가 팽배해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50인 이상이 기업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 승소하면 모든 피해자가 동일한 배상을 받게 하는 것이다. 1심에서는 피해자 측이 원할 경우 국민참여재판도 가능하다. 법리를 따지는 게 아니라 여론재판이 횡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안까지 소급적용한다니 기업들 사이에선 비명이 터져 나온다. “소송이 남발되거나 악용돼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경쟁력도 저하시킬 것” “법적 대응력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들은 존폐의 갈림길에 내몰릴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우려도 심각하다. 기업들은 징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형사처벌과 함께 이뤄지면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 어긋나 위헌 논란까지 불거진다. 심지어 언론사의 ‘악의적 가짜뉴스’가 대상에 포함된다니 언론의 감시기능과 국민의 알 권리가 위축될 건 불 보듯 뻔하다. 가짜뉴스를 빌미 삼아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불순한 의도가 깔린 게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소송의 천국’ 미국에서조차 집단소송은 효율적 구제수단이 아니라 기업 협박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역시 유럽과 일본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은 빈사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이 작년 14.8%에서 올해 21.4%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3.8%까지 곤두박질칠 것으로 내다봤다. 문재인정부는 기업의 손발을 묶는 규제를 쏟아내고도 경제가 멀쩡하기를 바라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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