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김선동 논설위원l승인2020.09.28l수정2020.09.2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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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동 논설위원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천하 만물이 호기(浩氣)로운 추석 명절이 다가온다. 지난 여름 태풍과 계속된 홍수로 많은 피해를 입고 아직까지도 아물지 않은 생채기가 전국 곳곳에 남아 있어 마음이 개온하지 않다. 그러나 추석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고향에 갈 준비에 모두가 바쁜 모습들이다.

객지의 자식들은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에게 나눠 줄 귀성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시장과 백화점을 드나들기에 바쁘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마음대로 움직이기가 불편하지만 그래도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다. 올해는 고향의 부모님뿐만 아니라 처가댁도 들러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드릴 선물도 준비하느라 선물꾸러미가 제법 많고 무겁다.

함께 장을 보는 아내의 얼굴도 한껏 기쁨에 들떠 있는 모습에 보는 남편은 진작부터 명절 때마다 이렇게 했으면 아내와 함께 더 즐거운 명절이 되었을텐데....하는 마음으로 오늘은 유난히 더 즐겁다. 명절이 주는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은 벌써 고향에 가 있다.

고향에서는 부모님들이 자식들 귀향을 맞이하기 위하여 마음마저 부산하다. 벌써부터 문쪽을 자주 바라보며 자식들 귀향에 가슴이 들떠있다.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부모님과 형제자매들 얼굴이 눈에 선하여 고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자신도 모르게 잰걸음이다. 매년 추석명절이 돌아오면, 어릴 때의 추억들이 주마간산(走馬看山)처럼 스쳐 지나간다.

동생과 싸웠다고 심한 꾸중을 듣고 며칠동안 식사를 안했던 어린 시절의 아린 기억. 공부를 잘했다고 칭찬을 받고 아버지께서 상으로 짜장면을 사주신 신나는 추억. 그때 먹은 짜장면이 지금도 떠오를 만큼 너무나 맛있었던 아름다운 추억. 엄마를 따라간다며 시내버스 뒤를 쫓아가자 어머니께서 부리나케 내려 꼭 껴안으시며 울음을 터뜨리셨던 추억.

가족끼리 여행 가서 내기 놀이를 하다가 사소한 다툼으로 대판 싸움을 벌였던 잊을 수 없는 추억. 다음날 서로 사과하고 화해 술판을 푸짐하게 펼쳤던 재밌는 추억. 이제는 지나간, 다시는 올 수 없는 아련하고 가슴이 아린 어렸을 때의 추억들. 그런 추억의 편린들을 모아 꿰맞추며 가족끼리 밤새는 줄 모르고 웃음꽃을 피우는 날이 추석명절이다.

웃음이 그립고 추억담이 재미있어서 가족 모두가 모이는 추석 명절. 추석 명절은 조상의 묘에 성묘를 하면서 오랜만에 친척들도 만나는 만남의 명절이기도 하다. 추석명절은 오랜만에 만나 친척들의 집안 얘기도 듣고 건강에 대하여 안부를 묻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갖가지 이슈와 어젠다에 대하여 의견을 듣고 정보도 공유하는 가족간의 토론과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민주광장이기도 하다.

오래전, 우리 선조들에게는 보릿고개를 넘어 뙤약볕에서 힘들고 어렵게 농사를 지어 추수를 하고 햅쌀과 햇과일로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는 한가위가 일년 중 가장 풍요롭고 넉넉한 명절날이었다. 오죽 좋았으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칭송을 하였을까 싶다. 말 그대로 과한 욕심 안 부리고 먹고 살 만큼 만의 삶에 대한 소박한 바람과 희망이었다. 참으로 순박하고 자연주의적인 선조들의 삶이었다. 오늘을 사는 후손들에게 일러주는 바가 크다.

추석은 가족끼리의 만남의 장(場)이고 우애를 두터이 하는 가족 정나눔의 축제날이다. 추석 명절은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고 송편 등 차례음식을 나누어 먹는 즐거운 날이자, 눈맞추며 가족끼리 따스한 사랑과 정을 쌓는 기쁜 날이다. 올 추석명절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날만 같았으면 좋겠다. 독자 여러분도 코로나19 사태에 의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면서 즐겁고 행복한 추석명절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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