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식 논설위원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는 친구 바사니오로부터 벨몬트에 사는 포샤에게 구혼하기 위한 여비를 마련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가지고 있는 배를 담보로 하여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으로부터 돈을 빌린다. 만일 기한내 갚지 못할 경우 안토니오의 심장 가운데서 1파운드의 살을도려내기로 하는 계약을 하고.. 포샤는 구혼자들에게 금·은·납의 세 가지 상자를 내놓고 자기의 초상이 들어 있는 것을 선택하게 하고, 바사니오는 납으로 된 상자를 골라 잡아 구혼에 성공한다. 그러나 안토니오 소유의 선박들은 기한 내 돌아오지 못하고  돈을 못 갚게 되자 샤일록은 계약대로 추진하기를 원한다. 재판장에서 판사는 여러 차례 자비를 베풀라고 권유해샤일록은 막무가내다. 판사는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허락하나 대신 피를 흘러서는 안된다. 증서대로 살을 정확히1파운드를 베어야하고 또, 피를 한 방울이라도 흘릴 경우 토지와 재산을 법률에 의거하여 몰수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렇다면 샤일록은 왜 그리 안토니오의 살을 원했을까. 심장가까이의 살을 1파운드나 도려낸다면 안토니오는 죽을 수도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샤일록이 안토니오에게 맺힌 원한이 깊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사실, 이자를 주고받는 것이 금지된 중세 기독교에서 고리대금업은 비기독교인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고, 기독교인들은 인종차별에 겹쳐 고리대금업을 하는 유대인 들을 멸시하고 천시했다. 그동안 샤일록은 안토니오에게 고리대금업을 한다는 이유로 또, 이교도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천대를 받아왔다. 샤일록의 증오심이 커진 이유는 또 있다. 그의 딸  제시카가 기독교인인 로렌조와 사랑에 빠져 그의 보석을 들고 도망가고 기독교로 개종까지 했던 것이다.

샤일록이 이처럼 잔인하게 묘사된 데는 당시의 사회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상업도시 베니스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차별에 대한 반감과 삶의 부침이 그의 기독교인들에 대한 증오감을 키웠던 것이고 살아남기 위핸 생존 본능이 그를 악랄한 사람으로  만든 것이지  처음부터 나쁜 사람이라고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당시 사회상을 보면 유대교와 기독교가 서로적대적이기도 했지만 샤일록의 말을 빌리자면  "욕을 참는 것은 본인 들 족속의 특징이니까 신을 믿지 않는 놈, 사람 잡을 놈 등이라고 욕하며 나에게 침을 뱉었다"라는 것을 볼 때 안토니오의 차별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다. 기독교의 신앙을 가진 안토니오와 주변 사람들은기독교 신앙적인 행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그것에 심한 반감을 가진 샤일록의 행위가 정당화 될 수도 있다는 뜻은 아니다.

바사니오, 안토니오, 재판관으로 들어온 포샤, 샤일록의 딸 제시카에게는는 희극이겠지만 동정심이 들 정도로 샤일록에게는 비극이다. 악한 역할을 맡았지만 샤일록을 악한 사람으로 규정할 수도 없고 나머지 인물들을 착한 사람으로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어찌 보면 샤일록은 피해자 일수 있기 때문이다. 샤일록의 비참한 말로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커다란 교훈을 준다. 

기독교인 뿐만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네 이웃을 사랑하라'라는 성경 말씀처럼 그 누구든 양보와 희생, 이해와 타협으로 세상을 살아가라는 의미 아닐까. 돈 때문에 우정을 버리고, 돈 때문에 사랑을 버리는 세상,  욕심과 분노, 속임수와 이해타산이 만연하고 그것에 무덤덤해져 당연하듯 살아가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한 적개심이 만연한 세상의 인간들에게 셰익스피어는 종교, 인종, 신분을 떠나 서로 사랑하고 살라고 가르치는 듯하다. 선과 악은 우리의 가슴에 같이 공존하고 있기에 어떤 것을 끄집어 내어 같이 갈 것인가는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우리가 선택해야할  몫이라고 말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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