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22만여건이 담긴 성매매 의심 장부가 공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초점이 해당 성매매 조직에 맞춰지고 있다. 경찰은 이 조직의 총책임자가 성매매 알선뿐만 아니라 수십억원대 규모로 불법 도박을 했으며, 상습적으로 '마약 파티'까지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뒤를 쫓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성매매 알선에 더해 불법 도박, 마약 투약 혐의로 성매매 조직 총책 김모씨(37)를 내사중이라고 1일 밝혔다.

지난달 19일 라이언 앤 폭스가 공개한 '성매매 의심 리스트' 관련 수기장부 8권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수년 전부터 성매매를 알선해 연간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수십억원대 규모로 불법 도박을 벌이는 한편 상습적으로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22만명 장부' 조직 총책 내사…불법도박·환각파티까지=김씨가 주로 투약한 마약은 이른바 '허브 마약'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브 마약은 신종 합성 마약으로써 가격이 비교적 싸지만 강력한 환각 효과를 내며, 특히 성관계 시 흡입하면 흥분을 고조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또 마약 투약 시 성매매 여성들과 '주요 고객'들을 동석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본격적으로 수사를 받는다면 함께 마약을 투약한 인사들도 줄줄이 수사선상에 올라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김씨는 과거 소규모 성매매 조직에서 '실장'으로 불리는 실무자로 시작해 대규모 조직을 이끄는 총책으로 성장했지만, 조직원과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임금 체불 및 비인격적 대우 등이 외부에 알려지며 평판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성매매 알선을 통해 수백억원대 현금자산을 축적하고도 수억원의 채무가 있다"며 "불법도박으로 거액을 날린 탓에 빚을 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조직 '실체' 확인했지만…총책 체포 난항 "체포영장 한 차례 기각"=그러나 경찰은 김씨 체포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경찰은 김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최근 검찰 단계에서 한 차례 기각됐고, 보완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관련 보도가 다수 이어지면서, 김씨가 주요 증거를 인멸하고 해외로 도피했을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다.

앞서 정보 에이전시 '라이언 앤 폭스'는 "서울 강남에서 활동하는 성매매 조직이 작성한 장부"라며 지난달 13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엑셀 파일 형태의 장부를 공개했고, 장부 안에는 성매수자의 것으로 의심되는 개인정보 22만여건이 담겨 있다. 특히 일부 개인정보에선 경찰관·변호사·의사 등 공직자 및 고위층의 것임을 암시하는 단서가 다수 발견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장부의 신빙성을 염두에 두고 지난 18일부터 공식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또 검찰도 내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 검·경 내부에선 '장부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지만, 총책 수사를 통해 적어도 장부를 다룬 조직의 '실체'는 확인한 만큼 향후 관련 수사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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